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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미군, ‘러시아 침공’ 전에 우크라 방공시스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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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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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미 수 주 전에 미군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방공시스템을 점검했다고 27일(현지 시간) 미국 NBC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전현직 국방, 정보 당국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대와 전투기의 위치, 예상 공습 지점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 정보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수송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N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러시아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매일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와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미사일이 언제 어디를 공격할지, 어디서 폭탄이 투하될지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됐다.

NBC에 따르면 전쟁 초반 러시아 병사 수백 명이 탄 수송기가 수도 키이우를 향하다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격추됐는데 이 배경에도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그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키이우의 주요 공항에서 러시아 공수부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가 거둔 성공에 미국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에 직접 참전하지 않고 군수물자 등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전쟁 초반부터 ‘정보 지원’을 핵심 과제로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료는 “처음부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주요 전략, 실행 가능한 정보들을 공유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는 전술 전략 차원에서 모두 영향을 미쳤고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 전직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가 많이 공유됐다. 상업용 위성이미지 뿐만 아니라 특정 러시아 부대가 활동 중인 위치 정보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전쟁 초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집중 공격해 공중전에서 우위를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최근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됐다는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NBC에 따르면 전쟁 초반부터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보당국의 도움을 받아 방공망과 전투기를 이동 배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미국의 도움으로 미리 방공시스템을 옮긴 덕분에 러시아는 ‘한때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있었던’ 텅 빈 들판을 공격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전달해주는 특정 좌표를 이용해 러시아군 진지와 전투기를 공격했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와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도 이미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폭격에 대비해 방공망을 부산 배치하는 노하우 등이 우크라이나에 전달됐고 실행됐다.

미국이 어느 수준의 정보까지 우크라이나와 공유할지를 놓고서는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BC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및 정보당국의 법무팀은 러시아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일부 기밀 정보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와 공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되고 러시아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늘자 이 지침이 해제됐다. NBC는 “이달 초부터는 국가정보국(DNI)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돈바스 지역 탈환에 필요한 군사 정보들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CIA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필요한 정보들도 우크라이나와 실시간 공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료는 “미국은 러시아의 군대 배치, 공격 경로, 실시간 정보 등 세부사항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만큼 서로 신뢰했다”고 말했다. 전 CIA 국장이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존 맥러플린은 “러시아의 계획과 의도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정확했다”고 말했다. 한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도 훌륭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영리하게 사용했다. 그들은 정보를 가지고 놀라운 속도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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