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침공일에 측근 재벌들에 서방 제재 암시
WP 판도라문서 분석 결과 21명이 역외로 자산 빼돌려
역외자산 1267조원 추정…러 국내 자산과 맞먹을수도
"푸틴도 역외 재산 축적 가능성"…제재 무력화 우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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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재벌 37명을 크렘린궁으로 소집해 “필요한 조치”라며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재벌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푸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왔으며, 모두 석유·가스, 은행, 화학과 같은 국가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인물들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또 37명 중 14명은 억만장자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또다른 일부는 푸틴 대통령과 2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온 최측근 인사들이었다.
이들 모두 친(親)푸틴 성향으로 분류되며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지위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지난 수년 동안 몰래 자산을 해외로 옮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제 연구에 따르면 1조달러(약 1266조 5000억원)에 달하는 러시아 자산이 역외회사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 재벌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재정적 자산이 러시아 자국민들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맞먹는 규모로 파악된다.
WP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해 공개한 금융 기밀문서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를 분석한 결과, 참석자들 중 절반 이상인 21명이 직접 또는 친인척들을 통해 역외회사와 연결돼 있었다.
이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나 키프로스, 버뮤다, 파나마 등과 같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자국 내 기업과 대출, 금융투자, 각종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빼돌렸다.
37명 중 35명이 현재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그의 측근들의 자산동결도 강력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역외자산 때문에 제재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수년 동안 공개 석상에선 역외자산을 경고하며 조세 회피 및 돈세탁을 엄벌하겠다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관행을 묵인하며 뒤에서는 그 역시 재산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국의 수석 정책 고문이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분석가인 줄리아 프리드랜더는 “푸틴 대통령은 그의 측근들이 국영기업이나 국가 자체의 자금을 도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들 자금은 종종 해외까지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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