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 사우디수퍼골프 모래성 될까, 모래폭풍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500만달러 상금 잔치, 오늘 개막

미켈슨·가르시아 등 48명 참가

우승자 50억원, 꼴찌도 1.5억 상금

조선일보

8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 프로암에 참석한 필 미켈슨.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이끄는 그레그 노먼이 개막전을 앞두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골프 판을 엎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거대한 싸움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이하 LIV 골프)가 9일 오후 영국 런던 센추리온 골프클럽에서 첫 대회를 시작한다. 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레전드 필 미켈슨(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재미교포 케빈 나 등 48명이 이 대회에 나선다. 그동안 LIV 골프에 가담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비판적이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그저 그런 선수들뿐”이라고 꼬집었지만 상당수 PGA투어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4승을 거둔 존슨은 8일 LIV 골프 개막전에 앞서 열린 인터뷰에서 “PGA투어 회원 신분을 반납한다. 가족을 위해 이제 LIV 골프에 전념한다”며 “세상은 바뀐다. PGA투어에서 다시 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슨은 LIV 골프 합류 대가로 1억파운드(약 1577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재미교포 케빈 나가 PGA 탈퇴를 선언했고 가르시아와 우스트히즌도 PGA 출전을 포기했다. 반면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가 이끄는 미 PGA투어는 “새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는 PGA투어 출전이 금지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최근 PGA투어는 에이전트들을 통해 2부 투어 도전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까지 LIV 골프에 출전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렇게 PGA투어는 강경할까? LIV 골프는 얼마 전까지 ‘수퍼 골프 리그’ ‘프리미어 골프 리그’를 자칭했다. 최고 선수들이 뛰는 최고 리그를 만들어 골프 플랫폼을 장악하면 PGA투어가 누리던 중계권을 비롯한 막대한 수입과 전 세계 골프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반대로 세계 골프의 중심이었던 PGA투어가 졸지에 마이너리그로 전락하는 것이다.

LIV 골프를 이끄는 호주의 골프 레전드 그레그 노먼(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CEO)은 “우린 스타트업이고 장기 비전이 있다”며 “PGA 투어는 경쟁을 두려워한다”고 조롱했다. 그는 LIV 골프 첫 대회를 앞두고 “대회 상금이 나누어지는 날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LIV 골프는 최근 중계권료를 포기하고 원하는 전세계 방송사들에 올해 대회를 무료로 중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SBS골프와 MBC스포츠플러스, SPOTV Golf&Health 등이 중계에 나선다. LIV 골프는 홈페이지와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중계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무제한 홍보전을 펼친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퇴짜를 맞긴 했지만 타이거 우즈에게 무려 10억달러(약 1조2565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LIV 골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돈이다. 올해 8개 대회를 여는 LIV 골프는 대회당 출전 선수 48명, 총상금 2500만달러(약 313억8000만원), 우승 상금 400만달러(약 50억원)의 엄청난 돈 잔치를 벌인다. 컷 탈락 없이 3라운드로 진행되는 대회로, 꼴찌를 해도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최종전은 단체전으로, 5000만달러(약 627억7000만원)가 걸려 있다.

전체 몸집에선 올해 47개 대회 총상금 4억8260만달러(약 6066억원) 규모로 열리는 PGA투어가 앞선다. 하지만 고작 8개 대회를 치르는 LIV 골프의 총상금이 2억5500만달러(약 3201억5000만원)이다. 누가 이 싸움의 다윗이고 골리앗인지 헷갈린다. LIV 골프의 배후에는 자산 운용 규모 6000억달러(약 754조5000억원)에 이르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PGA투어 최다 상금을 자랑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규모가 총상금 2000만달러, 우승 상금 360만달러로 LIV 대회에 못 미친다. 게다가 PGA투어는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금이 없고 여행 경비도 못 건진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는 최근 “대부분 선수들은 LIV 골프의 제안을 들어보고 싶어 하는 분위기이다”라며 “충분한 이득이 있다면 PGA투어를 떠날 각오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연일 사우디 오일 머니의 불순한 의도를 성토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그가 골프를 통해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 전략을 편다고 보는 것이다.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소속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납치돼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왕실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던 그가 살해당하고 나서 유엔 조사단과 미 정보 당국은 빈 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 2일 USA 투데이에 ‘사우디 이벤트’에 참가하는 존슨과 다른 선수들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이 실리는 등 돈 때문에 ‘미국의 가치’를 저버리는 선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민학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