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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조사위, 3년6개월간 572억 쓰고도... 결론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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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맹탕 조사...사참위 “외력설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9일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서 문호승 위원장과 위원들이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 조사 결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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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총 3년 6개월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참사 원인에 대한 결론을 명확하게 내지 못한 채 10일 활동을 끝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8년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참위와 검찰, 특검 등의 조사·수사가 총 9번 진행됐다. 하지만 활동 종료를 하루 앞둔 9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사참위 역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진상 규명도 맡은 사참위에는 약 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참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그동안의 조사 결과와 주요 권고안 20개를 발표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사참위는 “외력(外力)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종합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외력설은 세월호가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 부딪혀 생긴 충격 등에 의해 침몰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사참위는 9월 발간하는 최종 보고서에 “외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도 소결론 형태로 싣기로 했다. 3년 넘게 조사하고도 여러 해석이 가능한 애매한 결론을 낸 것이다. 이는 외력 충돌 가능성을 낮게 본 다수 사참위 전원위원회 위원들에 대해 내부 반발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참위 포함, 8개 국가기관이 9번의 수사·조사를 했다. 검찰 수사에서만 400명이 입건되고 150명 넘게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 불법 증축, 평형수 부족, 부실한 화물 고정, 감독 소홀 등 참사를 야기한 결정적 원인들은 대부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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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에도 ‘잠수함 충돌설’ 같은 괴담과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재조사와 수사가 이뤄졌다. 2019년 11월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특수단이 출범해 1년 2개월 동안 총 201명을 대상으로 269회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월호 특수단은 수사를 통해 ‘해경 구조 실패’ ‘청와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등과 관련해 10명을 추가로 기소하기도 했다.

특수단 수사 이후에도 의혹이 또 제기됐다.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데이터를 외부에서 편집한 정황이 있고, 이 데이터가 담긴 영상녹화장치(DVR)가 검찰에 제출될 때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20년 말 특검법이 통과돼 특검 수사가 또 시작됐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이어진 조사 끝에 특검은 작년 8월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는 당시 “특검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세월호 진상 규명은 사참위에서 후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이날 사참위 발표 역시 그간 국민들에게 알려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참위는 그동안 ‘외력설‘ 등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참위가 자문한 외부 전문가인 대한조선학회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 등은 잠수함 충돌 같은 외력에 의한 세월호 침몰설은 과학적 근거가 낮다는 결론을 냈다. 해군은 사참위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잠수함이 (참사가 난 해역 인근에서) 항해를 하거나 사고가 생겨서 수리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사참위는 종합 결론에서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오히려 앞으로 발간할 보고서에 “외력 충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결론까지 넣기로 했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만 생길 수 있는 결론이 나온 것은, 최근까지 외부 충돌은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다수 사참위 위원들과 달리 사참위에서 침몰 원인을 조사해 온 내부 조직인 진상규명국 관계자들이 줄곧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갈등한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사참위 위원들은 규명국이 올린 보고서에 대해 “외력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등의 단정적인 표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규명국 관계자들은 “’외력의 가능성이 낮다’는 표현은 수용이 힘들다”고 맞서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이날 한 사참위 위원은 “외력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면 결국 잠수함밖에 없다. 하지만 참사 당시 해역에 잠수함이 존재하고 잠항하고 있었는지 여러 한계가 있어서 조사하지 못했다”면서 “그런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서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 문호승 사참위 위원장도 “조사 과정에서 잠수함 항적을 정확히 보기 위해 해군 쪽에 레이더를 보는 자료를 수차례 요구했는데 군사 자료라는 것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한 ‘외력이 침몰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가 사참위의 합의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결론을 내놓으면 세월호 참사가 계속해서 정치적 쟁점이 될 우려가 있다“며 “침몰 원인을 거듭 재조사하는 굴레를 벗어나야 유족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사참위는 이날 세월호 선체 내부 CCTV 영상을 추가 복원해 참사 당일 세월호 선체 움직임을 정확하게 확인했고, 해경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사찰이 진행된 것을 확인한 것 등을 성과로 꼽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성과로는 “SK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서도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한 것을 밝혀냈다”는 것을 꼽았다. 또한, 정부가 안전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이후 소극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점도 밝혔다고 주장했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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