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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배달음식 먹고 QR코드 찍어주세요…일회용 사라진 그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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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부천의 다회용컵 세척전문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커피전문점에서 들어온 다회용컵을 세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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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쌀국수와 볶음밥, 이들을 담은 장바구니 모양의 가방….

10일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에 올라온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 음식점 리뷰 사진들이다. 하얀 플라스틱 그릇과 비닐봉지가 가득한 여느 배달 음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앱에는 '다회용기'라는 주문 메뉴가 따로 있다. 음식 주문시 추가 요금은 없고, 다회용기 전용 3000원 쿠폰을 제공한다. 음식을 다 먹은 소비자가 배달 가방의 QR코드를 찍어 반납 신청한 뒤,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전문 업체가 수거·세척한 뒤 음식점에 다시 다회용기를 갖다주는 식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실험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음식 배달용기, 커피 컵뿐 아니라 장례식장 식기, 택배 상자 등도 한번 쓰고 버리는 대신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식이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급증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감축하는 차원이다. 전국에서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은 2019년 131만t에서 2020년 251만t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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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의 재활용품 선별장에 일회용 플라스틱들이 가득 쌓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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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줄이자' 다회용기 장려 지자체 10여곳



지자체의 일회용품 퇴출은 지난해 제주·서울의 카페 다회용 컵 이용, 경기의 다회용 배달용기 도입 등으로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국고 보조, 자체 사업 등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곳이 대폭 늘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다회용기 사용, 시설 설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식이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고보조를 받아 다회용기 재사용하는 지자체는 11곳이다. 충남과 세종, 전남 여수는 장례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다회용기를 쓰는 사업을 시작했다. 인천, 경기, 경북 구미, 서울 영등포구 등은 다회용기 세척 지원, 경남 김해, 광주 서구·광산구, 제주 우도 등에선 세척장 설치·운영을 직접 한다.

서울·경기(음식 배달 용기), 부산·인천(카페 컵)은 자체 사업으로 다회용기를 장려한다. 환경부가 민간 업체와 손을 잡고 직접 나서기도 한다. 오는 8월까지 서울 일부 지역 등에서 일회용 택배 상자를 대체할 다회용 상자 재사용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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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제공하는 모습. 사진 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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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쓰레기 안 나오고 편리"



서울시는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를 내세워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뛰어들었다. 카페, 배달앱, 마트, 대학 등과 손 잡고 다회용기를 보급하는 식이다. 김해시는 3월부터 관내 장례식장 3곳의 조문객 식기를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꾸고 세척·재사용하고 있다. 향후 전체 장례식장 14곳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경기도도 다회용 배달 용기 사업 대상을 기존의 화성 동탄에서 용인 수지까지 늘렸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소셜 미디어엔 "쓰레기가 안 나와서 좋다"거나 "일회용 그릇을 일일이 분리배출 안 해도 되고, 집 밖에 내놓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한 다회용기 업체 관계자는 "다회용 배달 가방을 처음 도입했을 땐 내부 상태가 엉망이었는데, 한 달 지나니 사용자들이 스스로 씻어서 깨끗하게 내놓았다. 다회용기를 직접 써보면 소비문화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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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 카페에 다회용컵 무인회수기가 설치된 모습. 보증금 낸 뒤 반납하면 돌려받는 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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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저소득층 자립 연계 '효과'



다회용기만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업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재사용 택배 박스를 개발하거나 수백번 써도 되는 배달용기를 공급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세척하는 공정 등도 맡는 식이다. 다 쓴 다회용기도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재가공해서 새로운 용기로 만드는 등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다회용 컵 사업에 참여한 행복커넥트에 따르면 제주·서울에서만 일회용 컵 300만개(지난해 7월~올 5월)를 감축하는 등 환경적 효과가 크다.

김성봉 한국자원순환포장기술원장은 "다회용기 업체가 늘고 있지만 산업 확대를 위해선 안정적 수요와 판매가 받쳐줘야 한다. 그러려면 순환경제, 탄소중립에 중요한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얻는 게 있다. 환경파괴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자활센터 등과 연계해 저소득층 자립을 돕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업체 대신 센터서 일하는 주민들이 다회용기 수거·세척 등에 나서는 식이다. 지역자활센터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사업은 해당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게 좋다. 원거리 이동 등에 따른 탄소발자국도 줄이면서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 주민에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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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음료 등을 담을 때 쓰는 다양한 다회용기.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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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비용, 용기 규격화 등이 숙제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향후 다회용기 사용 등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핵심이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계속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회용품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 소비자나 참여 업체 등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업체마다 제각각인 다회용기 규격의 표준화, 일회용기와 비교했을 때 선택 폭이 좁은 문제 해결, 세척해도 덜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거부감 해소 등도 남아있다.

한 다회용기 업체에선 "소비자에 다회용기를 물어보면 늘 위생 이야기를 한다. 다회용기 분야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표준용기 제작과 보급, 일회용품 안 쓰는 매장을 인증해주는 제도 등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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