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아픈 건 아닌데 일상에서 약간의 불편감을 주는 증상이 있다. 예컨대 몸이 붓거나 가려운 경우, 대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난 뒤 관절이 뻣뻣한 느낌이 들 때다. 별다른 통증은 없는 터라 병원에 가기도 모호하다고 여겨 넘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 속 ‘사소한 불편감’이 때로는 의외의 질병이 숨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증상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일상 속 흔한 불편감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질환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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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
가려움증으로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20~30%는 그 원인이 피부 질환과 관련 없는 내과 질환으로 진단받는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전신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국소 부위에 한해 일시적으로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는 피부 질환과 다르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만성 콩팥병(신부전)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서 콩팥이 거르지 못해 쌓인 ‘요독(尿毒)’이 가려움증을 유발해서다.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김애진 교수는 “만성 콩팥병 말기 환자의 22~48%에서 요독성 가려움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들 환자는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 건조증도 호소한다. 요독이 땀·피지를 분비하는 한선·피지선을 위축시켜서다.
또 다른 원인은 간(肝)의 이상이다. 온몸이 가려우면서 눈 흰자위와 손발이 노랗다면 담즙 정체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도(담즙이 흐르는 길)를 거쳐 쓸개에 도달한다. 이 길을 담석·담도암 같은 덩어리가 막으면 담즙이 정체됐다가 혈관을 타고 역류해 전신을 돌아다닌다. 학계에선 담즙 성분 중 담즙산이 가려움증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밖에도 살이 접히는 부위나 항문·음부 위주로 가렵다면 당뇨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체액에 유독 많은 당(糖) 성분을 세균이 먹어 감염되면 히스타민이 분비되면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피부에 이상이 없는데도 온몸이 계속 가렵다면 피부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 혈액검사를 받아 내과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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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변·잔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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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내보낼 대변이 더 남은 것 같은 잔변감의 대표적인 원인은 과민성 장증후군과 치핵이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배에 가스가 차고, 잦은 변비·설사로 직장·항문의 감각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잔변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흔히 ‘치질’로 불리는 치핵도 잔변감을 부르는데, 치핵이 항문 쪽 감각신경을 자극해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이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이 있어도 잔변감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의 만성 염증이 잔변감을 유발해서다. 잔변감은 대장암의 신호일 수도 있다. 직장, 하부 결장에 암이 생기면 장이 좁아져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창환 교수는 “배변 후 잔변감과 함께 변이 가늘어졌거나 혈변이 동반되고 배변 습관이 달라졌다면 대장 내시경검사 등을 통한 조기 진단·치료로 심각한 대장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의 발생 기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방광이 약해졌거나 요로계에 염증이 생겨 소변을 실제로 다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다. 소변을 볼 때 잔뇨감과 함께 통증이나 불편감이 따라오면 방광염·요로감염·전립샘염 등 염증 질환이나 요로결석을 의심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잔뇨감과 함께 소변이 뜸을 들여야 겨우 나오고, 소변 줄기가 힘이 없거나 끊기면 전립샘비대증의 신호일 수 있다. 전립샘암이 발병해도 암이 요도를 압박해 잔뇨감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소변은 다 내보냈지만 방광이 너무 민감해진 경우다. 대표적인 예로 과민성 방광은 염증 질환, 통증은 없는데 소변을 참을 수 없고, 소변을 자주 봐도 잔뇨감이 있다. 방광의 팽창 감각, 배뇨근이 과민해진 게 주요 원인이다. 소변 검사, 소변 배양 검사 등으로 소변의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남성은 직장 수지 검사, 혈중 PSA(전립샘 특이 항원) 검사로 전립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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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뻣함
하루 중 유독 아침에 잠에서 깬 직후에 특정 부위의 관절이 1시간 이상 뻣뻣한 증상을 ‘조조강직(朝早强直)’이라고 한다. 1시간이 지나거나 움직이면 뻣뻣함이 풀리는 게 특징이다. 특히 손가락 마디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류머티즘 관절염일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손과 손목, 발과 발목 등의 관절에서 염증이 차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활막(관절을 감싸는 막)을 침범해 관절염을 유발하는데, 활막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활액을 분비하는 곳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계가 병원체가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활막에 염증을 유발한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잠에서 깨기 전 분비되는 호르몬이 관절의 뻣뻣한 증상을 야기할 것이란 가설이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에서 류마티즘 인자, 항CCP항체, 염증 수치를 살펴보고, X선 검사에서 뼈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조강직이 허리에서 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주로 만 40세 이전에 3개월 넘게 허리가 뻣뻣하고 허리 통증으로 나타난다. 잠을 자고 난 아침,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할 때 더 심해지며 움직이면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40%에선 눈에 포도막염이 발생한다. 눈 통증과 눈부심,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동반된다. 치료를 놓치면 실명까지 다다를 수 있어 진찰을 빨리 받아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을 방치하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어 모든 방향의 척추 운동이 어려워지고, 등이 앞으로 굽으며 목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최찬범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되면 척추, 그리고 척추와 골반이 만나는 부위의 영상 검사(CT·MRI 등)를 통해 염증·손상 여부를 확인한다”며 “혈액검사로는 염증 정도를 확인하고 이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유전자(HLA-B27)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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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몸은 수분이 약 70%를 차지하는데, 그중 3분의 1은 세포 밖에 있다. 세포 외 수분의 25%는 혈액으로, 75%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간질액으로 존재한다. 혈액과 간질 사이에 수분이 이동할 수 있는데, 어떤 이유로 간질액이 급격히 늘면 피부 조직이 붓는 부종이 된다. 특정 질환이 없는 사람은 부은 곳을 손가락으로 눌렀다가 뗐을 때 오목한 흔적이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이 흔적이 상당 시간 남아 있다면 ‘오목 부종’에 해당한다. 다리 앞쪽 정강이를 손가락으로 10초간 꾹 눌렀다가 뗐을 때 손자국 깊이가 4~6㎜면 경도, 6~8㎜는 중증, 8㎜ 이상이면 심각한 상태로 가늠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손가락을 눌러도 부은 부위가 들어가지 않으면 ‘비오목(비함요) 부종’이다.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이창화 교수는 “오목 부종은 심장·간·콩팥 질환이, 비오목 부종은 갑상샘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목 부종이 있으면서 눈꺼풀 주변과 손발이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으면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콩팥 질환을, 발목·종아리가 붓고 호흡곤란이나 흉통이 있다면 심장 질환을, 황달이나 복부 팽만을 동반하면 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비오목 부종은 림프부종, 갑상샘기능저하증 등이 원인 질환이다. 이창화 교수는 “비정상적인 부종이 있을 땐 병원을 찾아 원인 질환부터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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