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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서울성모병원, ‘건강정보 고속도로 ‘건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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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병원장은 “개인 의료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신뢰체계를 구축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건강 정보를 통합해 손쉽게 확인하고 활용하는 ‘의료 마이데이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환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 중이다.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보건복지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에 서울권역 대표병원으로서 참여하는 서울성모병원의 윤승규 병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Q : -시범사업에 참여한 배경은 무엇인가.

“의료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은 국가 차원의 ‘건강 정보 고속도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의료데이터에 대한 국가적인 표준을 구축해 유통하는 고속도로를 만들어주고, 각 의료기관이 참여해 환자의 진료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그간 개별병원 단위의 데이터 활용 사업에서 나아가 국민 스스로 본인의 의료데이터를 자세히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산하 8개 병원에서 생성된 1500만여 건의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데이터의 8~9%에 달한다. 그동안 8개 병원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한 곳에 모으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초·임상 연구를 활성화하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진단·처방의 각종 코드를 표준화했기 때문에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전송해 취합할 수 있다. 의료 마이데이터를 통해 미래 의학기술 개발뿐 아니라 환자가 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봤다.”

Q : -환자는 어떤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나.

“보다 일관되고 연속적인 진료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기록부터 특이한 알레르기 정보, 유전자 검사 정보까지 본인 주도로 인증을 거쳐 손쉽게 다른 의료기관에 제공할 수 있어서다.

서울성모병원이 시범사업을 위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당’에는 환자·의료진 정보, 진단·처방·약물·알레르기 정보 등 12개 항목이 있다. 환자가 선택한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모바일에서 전자문서 형태로 의료기관에 제공하면 시간·비용이 드는 복잡한 사본 발급 절차나 중복 검사를 줄일 수 있다. 다니던 곳이 아닌 다른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나 해외 여행지 등 여러 상황에서 진료받기가 수월해진다.”

Q : -환자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나.

“평소 본인의 건강 정보를 정확히 알고 예방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당뇨 전 단계에 근접하는 혈당 데이터를 스스로 인지하면 운동과 식이 조절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다. 간염이 있으면 간암 예방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진하거나 약을 먹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의료데이터에 접근성이 떨어지면 암이 생기고 나서야 원인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국가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건강 정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주체는 결국 국민이다.”

Q : -의료진과 의료기관에도 이점이 있나.

“의료 마이데이터는 의료진에게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툴이 될 것이다. 또 의료기관의 진료행정 업무가 간편해질 것이다. 나아가 의료데이터를 새로운 의료기술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포스텍과 KAIST 등 여러 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접목해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조직유전학적 마커와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 등이다. 의료 분야에 많이 활용되는 AI는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그 수준이 높아진다. 의료 마이데이터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미래 의학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데.

“개인 의료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인정보의 수집·활용 등에 대한 신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무한한 가능성에 비해 법적·제도적으로 부족한 면이 적지 않다. 의료 마이데이터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인 미국에서는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 문제가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서울성모병원은 안전한 데이터 활용 환경을 구축하고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해 대비해 왔다. 예컨대 의료진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의뢰하면 데이터심의위원회와 연구윤리사무국의 이중 심사를 거친다. 위원회는 환자 대표와 법률전문가, 보안전문가 등 주로 외부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안전장치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사용 인증,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 데이터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이민영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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