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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G7 정상회담

"미국 그럴 여유 있냐?"...중국, G7 6000억 개도국 투자계획 "불가능"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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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재원 마련할 여력 있나 반문
"개도국 행복하게 할 제안 보고 싶다" 조롱도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26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 성에서 만찬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크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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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맞불 격으로 내놓은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을 중국이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이 계획을 주도한 미국을 향해선 "그럴 만한 투자 여유도, 정치적 여력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G7의 6,000억 달러짜리 PGII는 조롱과 회의론에 부딪혔다'의 제목의 기사를 통해 "G7의 제안은 저소득 국가들의 인프라 상황을 신경 쓰는 대신 중국과의 정치적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계획은 상호주의와 윈윈에 중점을 둔 일대일로에 필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G7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 사업에 6,000억 달러(약 778조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PGII를 공식 출범시켰다. 여기에 미국은 전체 투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약 257조 원)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웬시 실크로드 사회과학원 산업개발부 국장은 "미국 부채는 심각하고, 2,000억 달러 투자금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민간에서 조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투자 주기가 길고 수익률도 낮아 민간 투자자로선 이 계획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시기에 미국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이 해외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겠냐는 반문이다.

량하이밍 하이난대 일대일로 연구소장도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중국으로부터 건축 자재를 구매하고 있다"며 "서방이 그들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투자할 경우 중국으로선 이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상'과 별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지난해에도 B3W를 제안했다"고 언급하며 "더 나은 제안이든 다른 제안이든 (개도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간 G7 차원의 개도국 투자 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조롱을 던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PGII의 안정적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연일 최저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은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간 선거 뒤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잃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로선 해외 투자금을 달라고 의회를 설득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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