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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국회 공백 한 달...여당 원내대표는 필리핀 특사로...'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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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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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의 민생 위기 속에 지난달 30일 시작된 국회 공백이 한 달에 이르렀다. 원구성 합의를 이끌 책임이 있는 여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단독 선출을 불사하겠다며 협상의 고삐를 당겼는데, 여당에서 이를 진두지휘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로 필리핀을 방문해 내달 1일에야 돌아온다. 국민의힘 내에선 얼른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절박함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에 유리하다고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권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열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 특사단 단장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날 밤 출국한다.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는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도 동행한다. 특사단은 윤 대통령 명의의 친서를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필리핀 정부가 원전 사업을 재개하면 한국 기업이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하려 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특사로 가기로 결정된 건 3주 전의 일이고 이미 일주일 전에 공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원내대표의 부재를 틈타 국회를 독단적,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건 기본적인 정치 도의가 아니다”라고 민주당의 국회의장 단독 선출 움직임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권 원내대표 부재를 부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 타이밍에 국회의장 단독 선출을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원구성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도중에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 대해선 여당에서도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특사로 결정된 3주 전이나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된 지난 24일에도 원구성 협상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예전에도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외국에 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등 국회 운영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점을 택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2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태였다. 송부 기한을 하루 앞두고, 그 절차를 총괄할 여당 원내대표를 특사로 외국에 보낸 셈이 됐다.

민주당이 이날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내달 1일엔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는 29일과 30일 여야가 협상을 벌여 합의를 이뤄야 원구성을 둘러싼 충돌을 막을 수 있다. 권 원내대표는 “(필리핀에서) 원격회의, 화상회의도 가능하다”(지난 27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내 사령탑이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합의가 진전을 이루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힘 내에선 ‘시간은 우리편’이라며 원구성에 서두를 것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원 구성이 계속 안되면, 야당의 무대인 장관 인사청문회가 안 열릴 수 있고,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하려고 기다리는 의원들이 더 안달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권 원내대표와 당 중진들의 회동에서도 ‘민주당 요구에 굴하면 안되고 버텨야 한다’는 중진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양보는 더 많이 가진 당에서 하는 것인데, 21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이 많은 것을 가져갔기 때문에 여당이지만 양보할 것이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국회에선 원구성 협상에서 먼저 안을 제시하기보다 야당의 ‘결단’을 기다리는 여당의 모습에 “여당과 야당이 뒤바뀐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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