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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윤리위, 이준석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 중징계 '철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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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실체보다도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초점

세계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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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이미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등 의혹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각종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록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윤리위 차원에서 ‘선제 조치’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결백을 주장하는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거취 표명 요구가 커진다면 당내 패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작심한 윤리위, 당대표에 ‘철퇴’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 사유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당대표로서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이다. 수사권이 없는 윤리위는 성상납 의혹의 경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 대신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판단만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 마라톤 회의가 끝난 이날 오전 3시쯤 취재진에게 “이준석 당대표, 이하 당원은 윤리규칙 4조 1항 ‘당원으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하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선 아니된다’에 근거해 징계했다”며 “윤리위는 사실확인서의 증거 가치와 이준석 본인 및 당 전체 미칠 영향, 당대표와 김철근(당대표 정무실장) 간 업무상 지휘관계,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의 통상적 위임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자료 및 정무실장 지위에 있는 김철근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증서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준석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준석 당원은 윤리규칙 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윤리위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며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 참작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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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8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이준석 대표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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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대표가 당으로부터 징계를, 그것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건 초유의 일이다. 앞서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리위를 두고 “방향을 미리 정하고 회의를 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도입한 토론배틀 ‘나는국대다’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작금의 윤리위 국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촌극 그 자체”라며 “증명할 수 없는 사안을 유죄추정으로 판단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했다. 윤리위의 중립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위원장은 “요즘 너무 터무니 없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라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폐지할 권한이 당대표에게 있다’ 등 반응은 매우 부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당대표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라는 말들도 많이 있다”며 “윤리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윤리 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윤리위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리위의 독립성이 외부의 날 선 지적에 훼손될 가능성을 결코 열어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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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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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 불복 속 당권경쟁 불 붙나

이 대표는 애초부터 가장 약한 수위의 징계인 경고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윤리위 처분에 맞서 당대표 권한을 적극 행사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이 대표는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징계받은 자의 재심 요구가 있을 때 정치탄압 등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대표는 윤리위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철퇴를 내린 윤리위가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당대표가 징계 처분을 받은 전례가 없어서 이 경우에도 해당 조항이 유효한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징계로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 된 지 채 두 달도 안돼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맞게 됐다. 이 대표가 직을 지킬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6개월의 당원권 정지 후 복귀해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윤리위 징계로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이 난 만큼, 당내 자진 사퇴 여론이 빗발칠 것이 자명해서다. 이 대표는 사퇴에 선을 긋고 있으나 만에 하나 그가 당내 거센 요구에 떠밀려 퇴진할 경우, 국민의힘은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국면 속에서 치열한 당권 다툼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과 당 체질 개혁을 위해 띄운 전략 조직인 혁신위원회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국민 3명 중 1명은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 대표의)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23.3%, ‘당 윤리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20.7%,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17.8%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배민영·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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