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나라현의 기차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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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 우익의 구심점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일본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자민당 내 강경파가 결집하게 될지 아니면 온건 성향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에 따라 정국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장 10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와 관련해 자민당이 기대 이상의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유력 정치인이 뜻하지 않게 사망한 뒤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사망한 정치인의 유지를 받드는 쪽이 유리하다. 1980년 5월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가 중·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세 중 급성 부정맥으로 사망했을 때 분당 위기까지 겪었던 자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선 ‘동정표’라고 하는데 유권자들이 불행을 당한 쪽에 동정심을 가지고 표를 던져 자민당에 유리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방문했다 숨진 나라현 지역구는 여야가 격전을 벌이는 지역구였다. 이번 사건은 지역구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그러지 않아도 자민당이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50% 후반대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야당은 사분오열돼 존재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향후 3년 간 대형 선거가 없는 만큼 자민당이 압승한다면 기시다 총리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자민당 내 계파간 파워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한 쪽에선 아베 전 총리의 추모 열기 속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히가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등 자민당 내 강경파가 결집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는 아베파(세와정책연구회)는 전통적인 매파·보수 파벌로 당 내에서 가장 많은 현역의원 95명을 거느리고 있다.
반대로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가 결집하는 대신 방향을 잃고 흩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베 전 총리처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1985년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다나카파’도 후계자가 없어 분열한 바 있다. 이 경우 선거를 승리로 이끈 기시다 총리는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해온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자기 색깔을 강화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의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지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 등 강경파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한·일관계도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개헌 여론과 관련해서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방위비 증액 및 헌법에 자위대 존재 명기 등은 일본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여론이 대세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 여론이 56%로 더 높았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가 번지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야 한다는 여론으로 기존 자민당이 내놓은 개헌 찬성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아베 전 총리 암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범행 동기도 향후 여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남기정 서울대일본연구소 교수는 “만약 우익 세력이 약속했던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지른 암살이라면 오히려 개헌을 추진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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