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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을끼리 싸움하고 있다"…최저임금 두고 갈라진 편의점주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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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된 데 반발해 편의점 점주들이 심야에 물건값을 올려 받는 '할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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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점주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심야 할증 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가운데 직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며 맞서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상품 가격을 3~5%가량 인상해 판매하는 '심야 할증 요금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 협회장은 지난 6일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이와 관련, "저희에게 배수진"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굉장히 힘든 것을 정부나 본사가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생존권을 위해 이걸 주장하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최저임금은 9620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으로, 현재 최저임금(9160원)보다 5.0% 오른 수준이다.

이에 계 회장은 "9620원에 주휴수당 1만1544원을 줘야 하고, 4대 보험을 더하면 1만2500원, 퇴직금을 합치면 거의 시급 1만3000원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급 외에도 부가적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이 많아 부담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매출이 정확히 반 토막이 나 매달 500만원, 600만원, 700만원씩 적자가 났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지금이 최성수기인데 그 당시(코로나19 이전 매출의) 70%, 75%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계 회장에 앞서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선 점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해 적자점포 비율이 6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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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한 무인편의점 모습. 최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무인편의점이 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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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A씨는 "편의점은 본래 24시간 운영하는 곳인데 이걸 점주 혼자서는 할 수 없지 않으냐. 직원을 꼭 써야 하는 구조"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손은 필요한데 최저임금까지 더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어 "젊은 직원들이 '을'인건 알고 있다. 항상 고맙게, 또 더 줄 여건이 안 되는 걸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그치만 우리(점주)도 을이다. 저마다 먹고사는데 치인 '을'끼리 괜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르바이트생 등 편의점 직원들과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부합하지 못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인상폭)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으로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하남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B씨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 채 되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며 "업무량이나 시간에 비해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점주들이 주휴수당 지급만이라도 피하고자 직원 1명당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이하로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가 내달 5일 안에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로 일선 현장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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