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4당, 참의원 177석 확보… 개헌 가능선 166석 훌쩍 넘어
헌법에 자위대 명기 등 보수4당 간에도 온도차
합의안 도출 쉽지 않을듯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에는 지난 2007년부터 헌법 개정의 첫 단계인 국회 헌법심사회가 설치돼, 매년 논의를 진행해왔다. 올 상반기에는 양원에서 심사회가 과거 최다인 21회 열렸고, 내부적으론 상당한 법률 검토가 축적된 상태다. 기시다 총리의 이날 발언으로 개헌 논의의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그래픽=송윤혜 |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보수 4당은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선출 의석 125석 가운데 합계 93석(약 74%)을 확보했다. 일본은 참의원을 3년마다 절반씩 교체하는데 개헌 세력 4당은 기존 의석 수에다 이번 선거의 추가 의석을 합해 참의원 177석을 확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166석)를 훌쩍 넘었다. 개헌에는 중의원의 찬성도 필요한데, 개헌 지지 4당은 중의원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보수 4당이 헌법 개정안의 방향과 내용에 합의하면 곧장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불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헌법이 제정된 지 76년 만에 개정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일본 외교계의 유력 인사는 “강경파보다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가 개헌의 전면에 나서면 여론의 반감도 줄어들 수 있다”며 “일본 우경화를 막아온 평화헌법의 개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4당 간에도 온도차가 적지 않아, 일치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민당은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고 긴급 사태 조항을 신설하자는 입장이다. 고(故) 아베 전 총리는 참의원 유세 때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지키고 일본 국민은 자위대가 지키는데, 자위대가 불법 논란이 있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자위대 명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이미 자위대가 존재하는데 굳이 명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긴급 사태 조항에서도 자민당과 유신회는 ‘긴급사태 시 일체 권한의 정부 위임’을 바라지만,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은 ‘긴급사태 시에도 국회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존재한다.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은 이날 “헌법 개정 외에도 할 일이 산적해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4년 9월까지인) 총재 임기 내 개정안 통과를 약속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기시다 정권이 ‘폭발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재한 헌법 개정안’보다 본인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과 같은 경제 정책 성과를 보다 우선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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