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통신회사 경영진과 정부 간 만남은 5G 통신서비스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민 물가 부담을 경감하고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8월 중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통신 3사는 다음달부터 6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25GB 안팎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중간요금제를 연달아 선보일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통신 3사 경영진이 이 장관에게 치솟는 '전기료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중간요금제 출시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이른바 '앓는 소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5G라는 신기술로 말미암아 통신사들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기료 폭탄'을 맞고 있는 것은 팩트입니다.
사정은 5G 인프라스트럭처 자체가 '전기 먹는 하마'이기 때문입니다. 3G·4G와 달리 5G는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거리가 짧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보다 촘촘하게 기지국을 세워야 하고 통신장비도 기존 장비보다 더 많은 전파 발생량과 강도를 구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5G망 설비투자 부담 못지않게 유지관리 비용(전기료)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추정되는 전력소비량은 2400GWh(기가와트시)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전기를 가장 많이 쓴 SK하이닉스(9200GWh)의 26%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한 통신업계 고위 인사는 "통신사의 한 해 전력소비량이 어지간한 제철소와 맞먹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인하 압박과 5G 품질 개선 요구로 연일 매를 맞는 상황에서 통신 3사가 오죽했으면 장관에게 이런 읍소를 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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