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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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제기되는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논란을 여권이 돌파하는 방식 중 하나는 “과거에도 공개채용은 없었다”고 반박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공채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 사적채용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들의 채용 방식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차용된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다 공개채용을 했냐”면서 “야당이 사적 채용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참 고약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날 “(과거 청와대가) 비서실 직원을 공채로 선발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공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0년 7월 청와대는 시민사회, 정책홍보, 홍보기획 등 7개 분야에서 8명의 행정관을 공개 모집했다. 11일 동안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총 842명이 지원해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세대공감팀장(행정관 급), 행정인턴을 공채를 통해 모집하기도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적 채용을 옹호하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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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비서실이 공채를 통해 직원을 뽑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MB 때도 청와대 공채가 이례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대통령비서실 직원을 공채한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비서실 직원은 별정직 공무원과 정부 부처에서 파견 온 공무원으로 나뉘는데, 이 중 별정직은 보통 공채가 아니라 추천 등을 통해 뽑힌다.
그러나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은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논란은 공개채용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뽑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했던 행정관은 “대통령실이 갑자기 사적채용 논란에 공채를 언급하고 나온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면서 “행정관이나 행정요원은 추천을 받아 뽑긴 하지만, 개인적 인연으로 뽑는 게 아니다. 전문성이나 능력 검증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강원 강릉 통신설비업체 사장의 아들 우모씨, 강원 동해 전기공사업체 사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6촌,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이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 누나는 논란이 벌어진 뒤 사표를 냈다. 야당은 업무 전문성이 부족한데도 윤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사적 인연으로 뽑혔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공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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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중 우씨는 지난해 7월 윤석열 당시 대선예비후보에게 후원금 1000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우씨의 아버지는 강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해서, 아들이 대신해서 후원금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논란이 일자 “내가 추천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후보에게 후원금은 낼 수 있다. 그런데 몇십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 고액후원금을 낸 사람을 채용하는 건 당장 ‘돈 내고 채용됐다’는 논란이 일 수 있는데 뽑겠나”라며 “아마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날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이 국민적 평가에 올랐다.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인사참사로 불렸던 장관, 사적 채용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인사, 그리고 대통령 1호기에 민간인을 태웠던 비선 논란에 이르기까지 참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우씨 채용과 관련해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원의 아들을 지역구 4선 국회의원이 대통령실에 취업 청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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