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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F 2심도 패소’ 금감원, 상고 고심…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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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피해자들이 지난해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회복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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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금감원이 법리적으로 미흡한 근거를 바탕으로 손 회장에 대해 무리한 제재를 했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된 것이다.

금감원은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무리하게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손 회장은 이번 승소로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연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22일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 신종오 신용호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2019년 채권금리가 급락하며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2020년 2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면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눈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된다.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의 위반은 없었다고 판단하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은 인정되나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에 대한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우리은행과 손 회장에 대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처분(징계)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리를 오해한 피고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이번 판결로 당국의 중징계에 따른 연임 제한에서 벗어나게 됐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당국이 상고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종적으로 경감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금융당국이 상고할 경우 손 회장은 법원에 중징계 집행정지 효력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번 행정소송은 제재심 결과에 대한 법리적 확인 및 확정 절차로 1심 법원 판결에 이어 2심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은 “본 소송과 관련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고객 피해 보상과 함께 투자상품 내부통제 강화 및 판매 절차 개선 등 금융소비자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고 전했다.

은행 측은 또 “이제는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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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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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대법원 상고를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판결 직후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당국은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안에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금융당국이 제재 권한에 힘이 빠지는 것을 우려해 상고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도 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손 회장 소송 건만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상고를 점치는 이유다.

이번 항소 결과는 함 회장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함 회장은 손 회장과 DLF 사태 때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지난 3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바 있다.

손 회장과 유사하게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은행·증권사 CEO들의 징계안도 산적해 있다는 점도 상고 여부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사태에 책임을 물어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는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한 바 있다. 금감원이 다시 한번 우리은행과 법리적 다툼을 이어가게 되면 다른 금융사 CEO의 제재 수위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다시 장기화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즉각 상고를 결정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헌 전 원장 당시 시작한 소송이 정은보 전 원장을 거쳐 이복현 원장까지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높아졌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금융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이 CEO에 있다는 점이 법원을 통해 확인돼 금감원이 CEO를 제재할 권한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실리는 챙겼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한 뒤 승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고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소송 제기 당시와) 인적 구성이 달라지긴 했으나, 유사한 소송인 함 회장 관련 소송은 계속하고, 손 회장 건은 중도 포기하기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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