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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인 흑해 항로가 열린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세계 식량위기가 진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에 따르면 22일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리는 합의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다.
합의안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BBC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함정은 곡물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항로를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튀르키예가 수출입 선박을 검사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원활한 곡물 수출을 위해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과 지난 14일 합의한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조정센터 설립과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을 다룬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조정센터는 이스탄불에 설립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22일 장중 부셸당 7.832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85% 내렸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부셸당 5.655달러로 1.44%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했다. 두 국가가 여전히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협의가 언제든지 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의가 순조롭게 끝나도 현재 수개월째 쌓여 있는 곡물이 어떤 상태인지, 어느 정도 양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자국 군사 목표로 동부 돈바스 지역만 추구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면서 흑해 오데사를 노린 대규모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서방 당국자들은 포린폴리시에 "러시아가 오데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오데사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남서부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를 바다와 떼어놓기 위한 대규모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멜리토폴, 남부 헤르손이 모두 러시아에 의해 장악된 상황에서 오데사까지 러시아에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주로 흑해에 있는 6개 항구도시를 통해 곡물을 수출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교전이 벌어지며 흑해 일대가 봉쇄됐다. 이 때문에 옥수수, 밀, 보리, 해바라기씨 오일 등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2000만t이 오데사항에 묶여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전쟁 발발 전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아프리카와 중동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입국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식품 가격은 폭등했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세계 해바라기씨 오일의 42%, 옥수수의 16%, 밀의 9%를 생산했었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림부 장관은 "올해 국가 전체 경작지 가운데 75%만 파종됐음에도 양호한 재배 조건 덕분에 수확량이 6000만t을 달성했다"며 "이는 당초 예측보다 10%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곡물 저장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수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애초에 이런 (수출 봉쇄) 상황이 만들어져서는 안 됐다"며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해군이 흑해를 봉쇄한 탓에 곡물 등 기타 품목의 수출이 제한됐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농가의 곡물을 훔쳐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군이 항구를 봉쇄한 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부설해 항구 진출입을 막았다고 맞섰다. 전 세계 식량위기 역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탓에 러시아산 식량·비료 수출이 막히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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