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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없어서 못팔아요”… 종부세 완화 이후 ‘공시가 1억원 이하’ 거래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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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거래가 늘어난 서울시 관악구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모습./오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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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제개편안을 보자마자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줄었으니 저렴한 빌라를 몇 채 더 살 수 있는 상황이 됐잖아요.” (다주택자 A씨)

서울 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여러 채를 사더라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공인중개업소에는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나오는 상황이다.

◇종부세 기준 6→9억원… ”취득세 중과 없이 한채 더”

28일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산출할 때 다주택자 중과 개념을 없애고 기본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현행 다주택 중과세율(1.2∼6.0%)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 등과 동일한 기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다. 보유한 주택이 여러채여도 공시가격 합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세제개편안이 나오자 A씨처럼 추가 매수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세제개편안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문서가 통째로 유출된 직후부터 서울 재개발 예정 지역의 공인중개소에는 관련 문의가 여럿 들어올 정도였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문서를 봤다는 고객의 전화 문의들이 있었다”면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인데, 물건이 많지 않다고 하니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사겠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기 직전 주말에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빌라 매물이 나온 지 단 하루 만에 거래된 사례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관악구의 또 다른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매물 문의는 원래 많았다”면서 “세제개편안이 나온 이후 문의가 더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금 빌라도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 내리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작은 매물부터 팔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악구는 신림선에 이어 서부선과 난곡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있어 투자자들이 원래 많이 찾던 곳이다. 이에 더해 종부세 기준 완화로 생긴 3억원의 절세 구간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 저가 주택 위주로 사서 채우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관악구 뿐 아니라 오래된 빌라가 많으면서 개발이 기대되는 지역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완화에 이어 이번 종부세 기준 완화 방침까지 나오면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매물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었다”면서 “이곳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추진구역 지정 등 개발 호재를 기대하고 사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의 E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지금 나온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매물들은 해당 지역이 서울시 모아타운으로 지정된다면 큰 호재가 될 물건들”이라면서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1000만~4000만원 정도의 소규모로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 다시 늘기 시작한 빌라 거래량… “주의해야” 의견도

앞서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발표하며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율을 최고 12%로 높이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배제했다.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기본세율 1.1%로 동일하다 보니 다주택자·법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법인·외지인을 대상으로 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거래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당시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거래도 주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거래량이 다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시가격 1억 이하로 추정되는 실거래가 2억원 미만의 다세대·연립 매매 건수는 서울 전체에서 지난 2월 685건이었다. 3월엔 785건으로 늘어난 이후, 4월 974건과 5월 953건 등 900건을 훌쩍 넘었다. 특히 노후 빌라가 많은 관악구와 구로구는 2월 거래 건수가 각각 40건과 30건 정도였는데, 지난 5월엔 54건과 59건으로 늘며 거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 거래 중 빌라 거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매매거래 중 빌라 비중은 61.5%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이 27.9%로 최저치를 찍고,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68.5%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상품이라고 무조건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만큼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는 투자 기대가 커질 수 있다”면서 “오래 걸리는 재개발 특성상 큰 돈을 투자하는 경우보다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제도가 다시 바뀌는 경우에도 문제가 없을 만한 합리적인 투자인지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도 “지금 같은 금리 인상 시점에는 서울 빌라나 중저가 물건들이 더 빨리 영향을 받게 된다”며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이 아닌 경우 추가적인 매수세가 붙기 어렵고, 상승 기대감이 없어 나중에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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