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김동연 경기지사 “벼랑 끝 도민과 핫라인”…수원 세 모녀 비극 대책 추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생활고와 오랜 병치레로 극단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

깅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 지사는 “권선구 세 모녀의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며 “제가 도지사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제가 살고 있는 수원시였다. 이웃과 친지 그리고 복지행정과도 연락을 끊었던 1년여 동안 세 분이 느꼈을 외로움과 절망을 상상해 본다”고 말했다.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



김 지사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해 본다”며 핫라인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한 다가구주택. 전날(21일) 세 모녀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소방 등이 강제로 개폐 장치를 뜯어낸 흔적이 있다. 채혜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21일 오후 2시 50분쯤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 등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이 주택에 살던 세 사람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모녀는 암과 희귀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거처를 옮긴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집에서 “세상 살기 너무 힘듭니다” 글 발견돼



세 모녀가 살던 집에서는 “세상 살기 너무 힘듭니다”라고 쓴 글이 발견됐다. 숨진 채 발견된 60대 어머니와 40대 둘째 딸이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장에 걸쳐 듬성듬성 적은 글에는 난소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사정과 경련이 잦은 희소병을 앓던 40대 큰딸의 건강문제 등 이들의 고단했던 삶이 담겨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둘째 딸이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사업부도 후 빚을 남기고 사망해 세 모녀는 이 집에서 2년 넘게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중앙일보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한 다가구주택. 전날(21일) 세 모녀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초인종 위에는 가스검침원의 연락달라는 메모가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 모녀가 살던 곳은 40㎡(12평) 남짓한 방 2칸짜리 집이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2만원. 이웃 주민인 80대 여성은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1○○호에 사는 사람들은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출입 자체가 드문 편이었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다만 집주인은 이달 초 이들로부터 “중환자실을 오가는 등 병원비 문제로 월세 납부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 죄송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세 모녀 모두가 건강이 좋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때 생활능력이 있던 아들이 먼저 희소병으로 사망한 뒤로 생활고가 심각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원시 “전입신고만 됐어도 지원받을 수 있었을 텐데”



수원시 관계자는 “전입신고만 됐어도 상황에 따라 긴급생계지원비 120만원 등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 모녀가 주소를 올려둔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 체납 사실을 통보받고 지난 3일 주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 살지 않는 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의 건보료는 16개월이나 밀려있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사한 주소나 연락처를 전혀 남기지 않아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