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균열에 단수까지 진행돼도 대책 없다” 반발
당국 “이상 없다…그래도 다시 안전진단 진행 예정”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제일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은 학부모들이 교실 붕괴 위험 등에 따른 안전 대책을 요구하며 공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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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겠습니까. 끔찍한 일이 자꾸 상상이 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3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제일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30여명의 학부모가 나와 운동장과 교실을 떠받치고 있는 석축(돌로 쌓은 옹벽) 보수 공사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학교를 3면으로 둘러싼 높이 3~5m 안팎의 석축에는 푸른빛의 이끼가 잔뜩 끼었고, 일부 석축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마치 벽에 균열이 간 듯한 모양새였다.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동원된 노동자 20여명은 갈라진 석축 돌 틈에 땜질하듯 연신 시멘트를 발랐다. 늦여름 찜통더위 속에 교문 밖을 서성이던 한 어린이는 “오늘도 학교에 들어가면 안 돼요?”라며 엄마 팔을 붙들고 보챘고, 학부모들은 시위하듯 공사 현장을 바라봤다.
학교 안은 조용했다. 아이들이 없는 운동장에는 잡초만 눈에 띄었다. 2~4학년 8개 학급 160여명의 어린이가 공부하던 학교 별관은 마치 ‘소개령’을 내린 듯 텅 비어 있었다.
성남제일초등학교 주변을 감싸고 있는 석축에 대해 학부모들이 붕괴 위험을 제기하자,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동원된 노동자들이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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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지난 19일 개학을 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전교생 400여명 가운데 224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23일에도 20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결석과 조퇴를 했다. 이틀째 ‘등교 거부’가 이뤄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2년 여전부터 학교 바로 옆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2천여 가구 규모의 재건축 공사 영향 등으로 지반 침하 등의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주변 공사로 문을 연 지 52년이나 되는 학교 건물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회는 꾸준히 학교와 교육청에 안전문제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김유미 학부모회 부회장은 “2020년부터 별관 건물 외벽과 화장실 등에 균열이 생기고, 사실상 학교 전체를 받치고 있는 옹벽(석축) 일부도 내려앉았다”며 “지난 5월부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와 단수까지 발생해 교실 붕괴 우려마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쪽은 ‘등교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1년에 2회씩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진단 때에도 두 건물(본관 및 별관) 모두 ‘안전 B(양호) 등급’을 받았다”며 “먼저 학생들을 등교시킨 뒤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붕괴 위험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교실을 없애고 학생들의 접근을 막아 둔 성남제일초등학교 별관의 23일 오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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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부회장은 “최근 전문가를 초빙해 자체적으로 안전점검한 결과, ‘눈으로만 봐도 석축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위험하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교육 당국은 즉시 안전진단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창석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시설과장은 “학교의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엘에이치와 성남시에 안전점검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경기도교육청에도 정확한 안전진단 실시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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