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참여, 배달용기·빨대 등 29개나
시민 4천여명 참여…10·20대가 70%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플콕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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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일회용컵, 배달음식 용기, 샴푸통, 빨대…
지난 일주일 동안 기자가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다. 일주일 동안 플라스틱 29개를 사용하고 버렸다. 하루에 4개꼴로 플라스틱을 쓰레기를 버린 셈이다. 종류별로는 생수 등 음료병 9개, 일회용 마스크 7개, 과장봉지와 채소 포장 비닐봉지 5개, 과일 포장 등 플라스틱 포장재와 트레이 3개, 일회용컵 2개, 배달음식 용기 2개, 화장품 용기 1개였다.
평소 무심코 버리던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류를 정확히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그린피스가 시행한 ‘플콕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플콕조사’를 진행했다. ‘플콕’은 ‘플라스틱 콕 집어내’라는 뜻이다. 그린피스가 자체 개발한 ‘플콕조사 앱’에 일주일간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소재인 비닐봉지나 일회용 마스크도 기록 대상에 포함됐다. 바코드가 있는 제품은 앱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제조사와 상품명이 바로 입력된다. 시민 4천여명이 이번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이중 10대와 20대가 전체 참여자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하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카페 매장에서 마시고 가려고 음료를 주문했는데 일회용컵에 받아 예상치 못한 플라스틱을 소비하기도 했다. 또 음식 1인분을 배달시켰지만 크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들에 담긴 음식을 비우고 이 플라스틱들을 다 버리려고 하니 죄책감이 느껴지도 했다. 마침 다 쓴 샴푸통, 방울토마토 포장재, 양파 포장 비닐 등도 나왔다. 이런 품목들은 번거롭더라도 음료를 텀블러에 받고, 음식이나 식재료는 음식점·시장 등에서 다회용기로 포장해오고, 제로웨이스트 가게에서 샴푸를 리필하거나 고체 형태 샴푸바로 대체하면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줄일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품목들도 많았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파는 두부면이 먹고 싶으면? 비닐 포장 안에 플라스틱 트레이가 있는 과자를 먹고 싶으면? 이처럼 식품, 과자, 김 등 비닐 안에 플라스틱 트레이가 있는 제품을 먹고 기록할 때는 이중으로 플라스틱을 썼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짐을 경험했다.
그린피스 ‘플콕조사’ 앱 |
플콕조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간 음료병만 14개가량 나왔다는 프리랜서 김정회(29)씨는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용량을 기록해보니 아직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필요해서 살 수밖에 없는 생활필수품도 플라스틱이다 보니 살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오희영(34)씨는 “연두부를 샀더니 연두부를 담은 플라스틱 통, 비닐로 덮인 뚜껑, 개별소스 비닐까지 세 가지 플라스틱류가 나왔다. 먹고는 싶은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됐다”고 했다.
플콕조사 앱에서 바코드를 촬영해 기록하는 모습.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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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플콕조사를 진행한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김지수(29)씨는 “코로나19 이후 학급 내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자는 취지로 플콕조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과자를 먹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조사에 참여하다 보니 ‘이 포장도 플라스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포장도 많다”며 “학생들도 반성하면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 ‘과자를 덜 먹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뿐 아니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배석호(25)씨는 “이번 조사를 통해 플라스틱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의 가치를 고민 중인 기업이라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제품을 원하지, 플라스틱 포장재를 원하지 않습니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추진해주세요.”(성지현·16)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생산의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한다”며 “생산자인 기업이 변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며 플콕조사의 취지를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11월 중순에서 12월 초께 보고서를 내고, 플라스틱 캠페인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조사는 올해가 3회째로, 2671명이 참여한 지난해 조사에서는 식품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7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프리랜서 김정회씨가 플콕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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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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