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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파종·수확 등 힘들 땐 대신해드려요”···고령화된 농촌에 ‘영농대행 사업’ 잇단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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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농대행 작업자가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군에서 콤바인을 몰면서 벼 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화천군은 고령자 등 취약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논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주고 있다. 화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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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는 노인들의 경우 한 뙈기는 커녕 반 뙈기 농사도 짓기 어려워요. 저렴한 비용으로 파종과 수확 등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을 도와주니 정말 고맙죠.”

강원 화천군 하남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유모씨(70)는 지난 3일 자치단체에서 파견한 콤바인과 전문 운영 인력의 도움을 받아 수확 작업을 마쳤다. 이날 가을걷이를 끝낸 논은 9900㎡(3000평) 규모다.

하지만 유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시중가의 40% 수준이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벼 수확작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콤바인과 트랙터, 베일러, 건초 포장기 등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는 화천군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차상위 계층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영농대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올해 3억여원을 들여 농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20명의 전문 작업인력을 단기 채용해 벼나 잡곡 수확, 볏짚 베일, 래핑 작업 등을 대행해 줄 예정이다.

1㎡ 당 농가 부담금은 콤바인 사용의 경우 벼 30원, 콩·율무 등 잡곡 18원, 경운 정지작업 24원, 모 이앙 18원 등으로 책정했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시중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부담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영농대행 작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노기현씨(63·화천군 하남면)는 “최근 농가 3곳의 벼 수확작업을 대행해 줬는데 부담금이 저렴하다 보니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이달 말부터 11월까지 영농대행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영농대행 작업자가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군에서 콤바인을 몰면서 벼 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화천군은 고령자 등 취약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논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주고 있다. 화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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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은 가을 수확기를 맞아 470개 농가(165㏊)가 영농대행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주용 화천군 농업기계화팀장은 “약 5년 전부터 체계적인 영농대행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매년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령자와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하신 취약 농업인이 안심하고 가을걷이를 할 수 있도록 주말과 공휴일에도 영농대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취약 농업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천군의 영농대행 사업이 큰 호응을 얻자 다른 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인제군은 올해부터 1650㎡(500평) 이하 밭을 경작하는 여성 또는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경운, 배토 등 일반농작업과 드론을 활용한 병충해 방제를 대행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작업 대행 비용은 인제군과 지원 농가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고령 농업인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강원도는 2014년부터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작업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 기준은 990㎡(300평) 당 10만5000원, 9900㎡(3000평) 당 105만원이다.

매년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지원대상 면적과 사업비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해 고령 농업인 농작업비 지원사업에 18억3000만원(2000㏊)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에도 26억2500만원(2500㏊)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내 전체 6만7436개 농가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 농가가 35.1%인 2만3692개 농가에 달한다”며 “앞으로 고령 농업인의 영농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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