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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김명수 칼럼] 교육현장 돈잔치, 이제 멈출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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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1세기 대한민국 초·중·고 학교 는 돈이 넘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교내 주차장을 지은 지 2년도 되지 않아 새롭게 짓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생 1인당 매월 20만원씩 '기본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곳도 있다.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사양이 뒤처진 것은 물론 들고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무거워 학생 집에 처박혀 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주는 출산지원금 외에 일부 지역 교직원들은 추가적인 출산지원금으로 수백만 원씩 받기도 한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면 선심성 예산은 더 늘어나기도 한다.

교육청이 넘치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해 학교나 학생들에게 돈을 쓰라고 강제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 주요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의 20.79%를 떼내서 초·중등 교육재원으로 사용하는 예산이다. 지난 10년 새 초·중·고교 학생 수는 120만명 넘게 줄었는데 일부 교육세를 포함한 교육교부금은 올해 81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비중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위다.

반면 대학 현장은 재정난 때문에 어설픈 국제화가 한창이다. 연세대 한 학과의 입학정원이 약 40명인데 외국인 숫자가 40명을 넘어선다. 주로 중국인이다. 13년째 등록금 동결이 낳은 결과다. 대학은 어려운 재정을 메꾸기 위해 외국인, 특히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중국인 학생이라도 받아야 한다. 지방 사립대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다. 외국인은 정원 외로 입학시킬 수 있어 외국 학생의 등록금은 대학의 주요 재원이 돼버렸다.

높아진 외국인 학생 비율 덕분에 대학은 외부 대학 평가기관의 국제화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중국 학생들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학업성과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중국에서 따기 힘든 학사 학위를 한국에서 얻어서 좋다. 국내 대학생들은 강의실 분위기를 흐리지만 학점 깔아주는 중국인들이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대학은 정원 규제 탓에 미래 인재 양성은 뒷전이다.

초·중등 현장에선 돈이 넘쳐나 걱정이지만 대학 현장에선 재정난 때문에 이상한 국제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교육교부금 낭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처를 먼저 정하고 그 정책 수요에 맞게 예산을 책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교육교부금 제도 덕분에 쓸 금액을 미리 정해놓고 쓸 곳을 찾다 보니 예산 낭비가 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 해법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예산처럼 수요부터 파악한 뒤 예산을 배정하는 게 맞는다.

이를 통해 동생(초·중·고 학생) 돈을 뺏어서 형(대학생)이나 부모 평생교육 자금으로 주자는 게 아니다. 다가올 경제위기 때 필요한 재정을 저축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혈세 낭비만이라도 막자는 제안이다. 국회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거대 야당은 혈세 누수를 막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후세에 직무유기다. 우리들의 자녀들인 청소년들이 나중에 나랏빚 갚는 데 허리가 휠 판이다. 부모들은 엉터리 선심성 교육예산 집행을 지켜보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유권자들인 부모들은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고 다음 총선에서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 차제에 법 개정에 동참하는 의원과 반대하는 의원들 명단을 확보해 공개해볼 참이다.

대한민국은 돈이 없었지만 교육열이라는 엄청난 국민성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 기적은 돈잔치 덕분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돈잔치는 이제 멈출 때가 됐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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