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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주호 내정자는 누구···9년만에 다시 돌아온 ‘MB’시절 교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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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내정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61)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9년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 오르게 된다.

대구 출신인 이 내정자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DI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교육 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9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 임명됐고 2010년 8월 장관에 올랐다. 이후 2013년 2월까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실시(일제고사) 등의 교육정책을 주도했다.

이 내정자가 교과부 장관 시절 추진했던 핵심정책들은 아직까지도 교육현장에서 갈등의 주축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사고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 지정을 늘리면서 한때 전국·광역단위 자사고는 60여개교까지 늘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속출함에 따라 자사고는 내년에 33개교만 남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뒤집어 자사고 존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실시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해 사실상 일제고사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일제고사는 이번 정권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역사 교과서 논쟁’도 이 내정자와 관련이 깊다. 교과부 장관으로 2011년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교과 각론을 고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표현 삽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들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 관련 교과에 보수진영이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과서 논쟁은 다시 시작됐다. 지난 27일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과정 개발·고시 업무를 담당하지만 현재 개정중인 교육과정에 한해서는 교육부장관이 고시를 한다. 이 내정자가 전처럼 보수 편향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데 앞장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 폐지’에 가까운 주장을 편 이 내정자가 교육수장으로 임명되면 교육부 안에서도 새로운 갈등과 정책 혼선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이 내정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K정책플랫폼’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의 대학 관련 업무를 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중장기 교육정책 입안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상태에서 고등교육 정책까지 넘기면 교육부는 사실상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된다.

이 내정자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며 ‘인공지능 보조교사’를 모든 초·중·고교에 도입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반값 방과후 학교’와 ‘온종일 돌봄’ 등 유치원·초등학교의 돌봄 범위를 확대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 혁신학교에 대한 재평가를 거쳐 일부 혁신학교는 지정을 폐지하는 한편, 대안학교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지원은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보수진영 단일화를 촉구하며 사퇴해 실제 선거에는 나서지 못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제학자 출신인 그가 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의 학교에는 교육이 아닌 점수 경쟁만 남았다”며 “‘교육부 폐지’를 주장하는 보고서 발표로 논란이 된 이주호 전 장관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하는 것은 수많은 교육정책의 후퇴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 후보자가 전임 장관 시절 추진한 정책에 대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 교육정책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새 시대, 새 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추진과 산적한 교육 현안 해결을 중심 잡고 추진할 교육부 장관 임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8일 박순애 전 부총리가 취임 35일만에 사퇴한 뒤 교육부 장관 자리는 50일 넘게 비어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국정감사와 함께 부총리 인사청문회까지 대비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국감 일정 중 국회 교육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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