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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미사일, 결국 NLL 넘나들었다…무용지물된 '9·19군사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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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2일 오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탄도미사일(SRBM) 발사 도발을 감행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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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필요성도 없다"라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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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51분 서해를 향해 4발의 SRBM탄도미사일을 쏜 데 이어, 8시 51분엔 동해로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해로 발사한 3발 중 1발은 NLL 이남 26㎞ 지점에 낙하했다. 영해 기준선 12해리(약 22km) 바로 앞 공해상에 떨어졌지만, 사실상 한국의 영토를 직접 노린 탄도미사일을 발사다.

북한은 이어 그치지 않고 오전 9시 12분 동·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10여발을 추가로 발사했고, 오후 1시 27분엔 '9·19군사합의'를 깨고 동해 NLL북방 해상완충구격에 대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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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尹 "영토침해"…NLL이북 맞대응 사격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의 도발을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직접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며 북한에 대한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은 즉각 F-15K, K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정밀사격했다. 북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똑같은 거리를 계산해 NLL 북쪽을 노린 맞대응 사격이었다.

북한은 지난달 동ㆍ서해안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 사격을 실시하는 등 접경지역의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 9ㆍ19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해왔다. 그러나 NLL 남측을 직접 노린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도를 넘는 도발에 대한 정부의 '맞불 대응'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유다. 외교가에선 이를 놓고 “북한의 도발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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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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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NLL보다 최대 6㎞ 정도 남쪽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을 주장하며 NLL을 부정하면서도 NLL침범은 자제해왔다”며 “NLL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NLL을 비롯한 남북간의 암묵적 합의는 물론이고, 전 정부 때 공식 체결된 9ㆍ19군사합의 등 기존 체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갈만큼 핵ㆍ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했음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남북, NLL 넘은 사격…9·19합의 사문화



북한은 핵능력을 과시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이를 통해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상 핵탄두 소형화에 방점을 둔 7차 핵실험을 예고한 상태로, 이미 북한의 중대 도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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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등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올해 성과를 1면에 조명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 때 공개한 화성-17형.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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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의 확실한 ‘비례 대응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 안보를 위한 실효성 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체결된 9ㆍ19군사합의에 대한 수정 또는 파기가 필요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북한의 해상완충구역에서의 방사포 사격을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며 군사합의 파기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군사합의 파기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내는 등 먼저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이날 북한의 ‘레드라인’을 넘은 도발에 정부가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NLL 이북을 정밀겨냥한 맞대응 사격으로 응수하면서 9ㆍ19 합의는 사실상 남북 모두에게 무용지물이 됐다.



'합의 파기' 놓고 강경·신중론 팽팽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제 9ㆍ19합의는 완전히 휴지 조각이 됐고, 사실상 준전시상황이 됐기 때문에 과거의 합의를 붙들고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정부도 군사합의 이전의 대응 태세에 맞춰 지침을 수정하는 등 9ㆍ19합의에 대한 계승ㆍ발전이라는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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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오전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던 까닭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경북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은 오전 10시 50분께 울릉군청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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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때 체결된 9ㆍ19군사합의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ㆍ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실존적 위협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명확한 비례 대응 원칙에 따른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비례 대응 원칙을 견지하더라도, 정부가 먼저 명시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은 “이날 도발은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군사합의와 무관하게 비례 원칙에 따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9ㆍ19합의가 유명무실해졌더라도 우리가 먼저 파기한다고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의 의도는 향후 미국과 협상을 하더라도 레버리지를 끌어올려 최대한 유리한 지점에서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라며 “비례 대응 원칙과는 별개로 북한의 도발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인해 국제적 관심을 증폭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화ㆍ정진우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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