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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머스크 vs 베이조스, 우주판 오월동주 성사되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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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의 아마존, 우주인터넷망 구축용 소형 위성 발사 못해 발 동동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개발 완료 단계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이용 원해

스페이스X 경영난 해소, 베이조스 발사용량 확보 등 상부상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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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주에서 현대판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벌어질 전망이다. 억만장자 앙숙 관계로 유명한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손을 잡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월동주란 아무리 원수 사이라도 공동의 위기가 닥치면 손을 잡게 된다는 중국의 고사성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가 창립한 아마존이 카이퍼(Kuiper) 프로젝트, 즉 우주 인터넷 서비스 구축용 위성 대량 발사를 위해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손을 내밀었다.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둔 초대형 우주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의 화물칸을 예약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당초 2020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우주인터넷 사업 허가를 받으면서 2026년 7월까지 지구 저궤도 위성 발사 및 인터넷망 구축을 약속했다. 발사 예정된 소형 위성 숫자가 무려 1600개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발사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위성 발사가 지연되면서 속을 끓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벌컨 센타우르 발사체,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발사체,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6 발사체 등과 총 83회 발사를 계약했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실제 발사된 회차는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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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이 촉박해진 아마존은 스페이스X와의 협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만 현재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팰컨9은 일정이 꽉 찬 만큼 팰컨 헤비 또는 시험 비행을 앞둔 스타십 등 대형 발사체 이용을 검토 중이다. 데이브 림프 아마존 수석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WP와의 인터뷰에서 "적시에 카이퍼 위성들을 배치할 수 있는 만큼의 많은 발사 용량은 현시점에서 제한된 자원"이라며 "우리는 스페이스X와 협의할 의사가 있다. 그들의 실적을 고려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십이 현재 개발 완료 단계로 접어든 만큼 우리에게도 매우 실행 가능한 후보가 될 것"이라며 "요즘 많은 발사체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사 능력 확보가 매우 어려우며,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의 이같은 구애를 스페이스X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스페이스X는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선발 업체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가 구축될 경우 독점적 시장에 라이벌이 생기는 꼴이 된다. 다만 스페이스X도 스타십 개발이 지체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경영이 어려워진 상태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머스크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년까지 2주 1회꼴로 스타십 비행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파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페이스X 입장에선 현재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인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 위성 발사를 수주할 경우 경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를 감안해 아마존의 제안을 받아 들일 경우 미국 재계에서 아웅다웅하는 라이벌로 유명한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오월동주'로 상부상조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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