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 미사일로 폴란드인 2명이 사망하자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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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부는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발칸 지역 매체 발칸인사이트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국경 수비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폴란드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무기 제공 등 군사적 지원은 물론 난민 수용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이후 폴란드에 입국한 우크라이나인은 약 760만 명이며,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이 나라에 난민 등록을 한 이만 150만 명에 달한다. “제2차 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을 전례 없이 따뜻하게 맞았다”(NYT)는 보도가 나온다.
지난 5월 폴란드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감사의 뜻에서 진행한 행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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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이런 전폭적인 지원은 오래 악연으로 얽힌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의 혹독한 지배하에서 신음하던 폴란드는 1918년 독립했지만, 1939년 또다시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악연은 계속됐다. 냉전 시대 폴란드는 구소련에 속한 국가는 아니었지만,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며 소련의 강한 영향력 아래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련 해체 후 폴란드는 1999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2004년 유럽연합(EU)에 차례로 가입했다. 서방 사회에 합류해 경제를 살리고 러시아에 맞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가디언은 "러시아에 시달렸던 폴란드인들은 이번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인이 우리 대신 싸우고 있다’고 여기고 이들을 도왔다”고 분석했다. 현재 폴란드의 국경은 러시아와 닿아있지 않지만, 이웃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방국이란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16일 긴급국가안보회의를 가진 후 기자회견 중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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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피격으로 폴란드 내부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인은 받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안내문을 내건 상점이 늘어나는 등 ‘난민 피로감’이 슬슬 나타나고 있었던 탓이다. NYT는 "전쟁 장기화와 경제 위기로 극우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와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당분간 폴란드 정국이 혼란스러울 것이라 진단했다.
큰 충격을 받은 곳은 폴란드뿐 아니다.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물론 헝가리 등에서도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들 역시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라는 긴장감으로 이번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날아온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완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궤도를 볼 때 러시아 영토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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