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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北 ICBM 美전역 사정권 입증 … 韓, F-35A 도발원점 타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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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들어 사실상 국력을 총결집해 '역대급' 미사일 도발을 지속했던 북한이 18일 기어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은 전날 최선희 외무상을 내세워 한·미·일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침에 거칠게 반발한 데 이어 곧바로 다음날 지체 없이 ICBM을 발사하며 '강대강' 대결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북한은 올해 내내 집요하게 시험발사를 실시했던 신형 ICBM 화성-17형과 관련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ICBM급에 걸맞지 않은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부 제원이 모두 지난 3월 말 실시했던 ICBM과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북한은 과거처럼 미사일을 동쪽으로 고각 발사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공해상에 탄두를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높은 각도가 아닌 정상 각도로 이번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비행거리를 1만5000㎞까지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미국 본토 전역에 대한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ICBM의 핵심인 대기권 탄두 재진입 기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한미는 주력 공군 전력을 투입해 가상 도발 원점에 대한 정밀타격훈련을 실시하는 등 맞대응 차원의 대북 무력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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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의 F-35A는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정밀유도폭탄(GBU-12)으로 이동식발사대(TEL)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펼쳤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첨단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F-35A가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목표물에 은밀히 접근해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는 동해상에서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을 하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미·일, 특히 미국에 대한 압박과 미사일 전력 강화 등을 두루 감안한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이번 발사를 통해 화성-17형 ICBM에 대한 기술적 진전을 이뤄야 하는 절실한 이유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3월 16일 화성-17형 발사 실패 뒤 8일 만에 실제로는 기존 화성-15형을 쏘고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선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연말 결산을 앞둔 시점에서 대내외적 목적을 고려해 ICBM을 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사일을 발사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고 미국이 완강한 대북 스탠스를 바꾸도록 압박하기 위해 ICBM 도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북한이 ICBM 도발을 강행하면서 한·미·일 간 군사 협력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북한이 반발해 도발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연말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개연성도 크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북한의 ICBM 도발에 따른 추가적 대북 제재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각각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다. 외교부는 이들 3국 북핵수석대표들이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단합해 분명히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를 하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양국 장관은 특히 북한이 한·미·일 3국 대북억지력 강화에 반발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감안해 지난주 캄보디아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해나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상급 인사들은 18일(현지시간) 제2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지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소식을 접하고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한예경 기자·도쿄/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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