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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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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안 상점 위치까진 모르는 내비...앞으론 콕 집어준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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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B, 실내 위치 빠르고 정확히 측정
와이파이, GPS 비해 미래통신 기술
삼성전자 애플 스마트폰 이미 탑재 중

실내 내비게이션, 주차된차 안내 가능
내 위치 파악가능해 메타버스 실현 도와
사생활침해 보안문제는 기술로 보완 가능


매일경제

서울 광화문역 인근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는 각 층별로 수많은 상점이 있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등을 켜고 해당 건물 앞까지 도착한 시민들은 미로 같은 건물 내 식당을 찾기 위해 건물 내 위치도를 찾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식당 위치를 물어야 했다. 도심 초대형 쇼핑몰과 전시장이 결합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으론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 실내 네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돼 미로 찾기 같은 수고가 사라질 전망이다. 실내 위치 추적 기능을 돕는 UWB(초광대역 무선기술·Ultra WideBand)가 보편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UWB 스마트폰 적용 활성화’ 내용을 담은 디지털산업 활력제고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UWB 기술은 그동안 항공기 선박의 주요기기와 주파수 혼간섭 우려가 있어 스마트폰 등 휴대형 기기에서 사용이 제한됐다”며 “앞으로 혼·간섭 우려가 있는 장소에 진입할 때 스마트폰 사용자의 UWB 기능이 자동 차단되는 안전 기능을 갖춘 디바이스를 상대로 초광대역 무선기술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UWB는 이미 스마트폰을 디지털 자동차키로 활용하는 등 일상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이 초광대역 무선기술이 소비자 삶의 방식을 바꾸고 메타버스 세계까지 열 수 있는 키(Key)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세계 최고의 디바이스 제조사들 역시 UWB 기술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UWB가 몰고 올 기술 혁신과 삶의 변화을 소개한다.

◆군사용 독점 기술, 일상으로 빠르게 확산

UWB는 군용 레이더 기술 등에 한정돼 적용 되던 기술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02년 UWB의 상업적 사용을 허가하여 본격적 상용화가 시작됐다. UWB는 문자 그대로 통신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아주 넓은 것을 뜻한다. 넓은 주파수 대역 덕분에 서비스 커버리지가 넓고 타 무선 전송 기술보다 뛰어난 속도, 낮은 전력 소모 등을 자랑한다.

예컨대 기술 특성 상 기존 GPS는 실내에서 먹통이 돼 위치 측정을 진행하기 어렵다. 블루투스의 경우 전파의 수신 세기를 통해 거리를 파악하기 때문에 장애물이 도처에 있으면 심한 오차가 발생한다.

반면 UWB는 오차범위가 밀리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하게 위치·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 측정도 가능하다. 통신기기 간에 전파 도달시간 혹은 안테나의 전파 송수신 각도를 이용해 위치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용·표준화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보다 비용은 크지만 정밀한 실내 위치추적 기술 서비스를 구현하는 능력 면에서 UWB는 현존하는 기술 방식을 압도한다.

특히 UWB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주목 받은 이유는 사물인터넷(IoT)을 실현시키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IoT를 하려면 이동하는 사물기기들이 서로 정확한 위치측정에 기반해 통신을 해야 한다. 위치·방향 측정과 통신 두 가지가 필요한데 공통분모가 UWB인 것이다.

애플 아이폰이 태동한 이후 IoT 중심기기가 스마트폰으로 솔리는 거대한 변화도 이어졌다.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UWB 기반으로 연결되면서 스마트폰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디지털 키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UWB를 적용한 새로운 비접촉식 디지털 키 서비스를 제네시스 GV60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내 손안의 스마트폰을 디지털 키로 쓸 수 있다. 디지털 키 기능이 삼성 및 애플에서 제조한 스마트폰과 동시에 호환되는 것은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 중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신차에 이 혁신 기능을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건물 안 구조가 내 손바닥 안에··보다 안전한 범죄·재난 대응에도 도움

이밖에도 UWB 기술은 일부 현장서 활용되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가 지난 2018년 도입한 ‘슈팅 고스트’ 놀이기구가 대표적인 예다. 슈팅 고스트는 실내에서 승용물을 타고 이동하면서 유령들이 전후좌우 360도 화면에 나타나면 진동 총을 쏠 수 있는 탑승기구다. 사격이 정확히 이뤄졌는지를 파악하려면 실내 위치측정 기술이 필요한데, 바로 UWB 기술이 적용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최근 도입된 위험수화물 위치추적도 UWB가 활용됐다. 세관에서 위험 의심 수화물로 분류되면 수화물에 대형 자물쇠가 잠긴다. 문제는 지능범들이 이를 끊는 도구를 별도로 구비해뒀다가 화장실에 몰래 가서 대형 자물쇠를 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험 수화물 검거율이 떨어졌는데 최근 UWB기술이 도입되면서 대형 자물쇠의 실내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자물쇠가 훼손될 경우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IT업계는 전 세계 수 십억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UWB 기능이 본격 활용될 경우 공공기관 활용 범주를 넘어 일상에서도 상당한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디지털 키 기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규 스마트폰에는 UWB칩이 내장돼 있다. 삼성전자가 만들고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테크사들이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UWB 국제단체인 ‘FiRa 컨소시엄’에 따르면, UWB는 스마트시티·모빌리티, 스마트빌딩, 스마트리테일, 스마트홈 분야에서 광범위한 활용이 예상된다.

스마트시티·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뿐만 아니라, 터널 등 실내공간 자율주행, 주차요원 없는 발렛파킹 등이 가능해진다. 스마트빌딩 분야에서는 직원 워크스루(Walk-through) 출입 인증, 환자 위치추적을, 스마트 리테일 분야에서는 자동 결제, 무인매장 결제, 드론 자율주행 배송 등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홈 분야서도 VR(가상현실) 게임, 사용자 위치에 따른 스마트 가전 자동 실행 등이 구현될 수 있다. 이밖에도 넓은 실내 주차장서 주차를 했다면, 내가 주차한 자동차가 어디 있는지 안내해주는 기능도 스마트폰에 추가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FiRa 컨소시엄을 통해 UWB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및 신규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UWB가 구현할 또하나의 신세계, ‘메타버스’

스마트폰이 개인 삶을 바꾸고 인터넷 공간을 모바일앱까지 확장했다면, UWB는 제2의 인터넷으로 부상한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모니터 안’에 국한돼 있어서 기존 게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이를 테면, 메타버스로 명명된 네이버 제페토·SK텔레콤 이프랜드 모두 모니터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기존 게임 처럼 사용자의 위치값이 고정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모니터상에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서 게임·메타버스 서비스 배경화면이 바뀌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와이파이·블루투스 기술로는 실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사용자의 위치값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를 정확하게 사물인터넷(IoT)을 통해서 초정밀 측정이 이뤄진다면 메타버스 세계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모니터에 사용자의 위치값을 고정시켜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포켓몬고는 특정 위치에 가야 포켓몬을 볼 수 있는데, 나의 위치가 ‘중심’이 되면 내 위치가 변해도 포켓몬이 따라오는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에 UWB 기반 위험물 추적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엔토소프트의 박영봉 대표는 “UWB가 사용자를 모니터 밖으로 끌어내면서 진정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서 디스플레이 기술과 기기 기술이 향상되면 SF영화에서 나오는 메타버스 삶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F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안경을 끼면 화면이 현실과 중첩되면서 나타나는 장면(증강현실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강현실 장면은 내가 어디를 이동해도 UWB를 통해 내 위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옆을 따라다니게 된다.

◆기술혁신의 그림자···‘사생활 침해’ 대응 모색해야

일상의 편리함을 가져올 UWB는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별도 보안 조치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걸어서 출입이 되는 워크스루 인증이 UWB를 통해 구현될 경우 편의성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사측이 UWB 기능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위치정보, 즉 사생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IT 업계는 회사를 벗어나면 위치추적을 활성화시키지 않도록 설정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조치와 더불어 직원 개인정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예상하고 있다.

UWB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혹은 악의적으로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보안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UWB 보안 솔루션 기업인 슈프리마의 최성빈 기술연구소장은 “UWB 무선통신에 더해 현장에서 얼굴인식·생체인증 등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출입 인증 관련 보안 서비스 품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UWB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려면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UWB 기반의 IT 디바이스가 IoT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게 IT업계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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