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마리아병원 구윤희 진료부장이 난소 기능 저하와 조기 폐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을호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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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다. 호르몬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모든 여성은 때가 되면 월경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 폐경기를 맞는다. 대부분의 여성은 40대 중후반에 폐경을 경험하지만, 이른 경우 40세 이전에 폐경을 겪기도 한다. 조기 폐경은 단순히 월경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심한 난소 기능 저하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어 가임기 여성에게는 치명적이다. 부산마리아병원 구윤희 진료부장은 “결혼과 임신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돼 조기 폐경 등으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늘고 있다”며 “난소 기능 저하를 일찍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난임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가임력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은 난소다. 난소는 배란과 여성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며 매달 난자를 생산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소 기능은 점차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난소 기능 저하는 난소에 남아 있는 예비 난자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35~39세는 난소 기능 저하 속도가 가팔라지는 구간이다. 문제는 난소 기능이 한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구 진료부장은 “결국 난소 기능 저하는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는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소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월경 주기다. 월경 주기는 배란 주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주기가 불규칙하다면 배란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여성의 정상적인 월경 주기는 25~35일 사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리 불순에 해당한다. 무월경은 세 번의 월경 주기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6개월 이상 월경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 같은 생리 불순과 무월경 증상이 지속하면 조기 폐경의 신호일 수 있다. 구 진료부장은 “폐경이 가까워지면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농도가 올라가면서 난포 성장이 촉진된다”며 “이로 인해 난포기가 짧아지면서 월경 주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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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주기 짧아지면 조기 폐경 검사
미혼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 변화가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문제를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검사를 해 난소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소 나이 검사로 알려진 항뮐러리안호르몬 수치(AMH)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난소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AMH는 채혈로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혈중 수치가 높으면 난소의 기능이 좋고 앞으로 배출될 난자가 많다는 뜻이다. 평균적으로 20대 여성의 AMH는 4~5, 30대는 2~4, 40대는 1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30세 전후로 AMH 검사를 미리 받으면 조기 폐경이나 혹시 모를 난임에 대비할 수 있다. 구 진료부장은 “검사상 FSH 수치가 40 이상, AMH가 0을 가리키면 폐경으로 진단한다”며 “난소 기능 저하가 의심될 때 병원을 찾는 건 이미 늦은 상태”라며 “연령이 높아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각한 난소 기능 저하로 조기 폐경을 진단받더라도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조기 폐경 진단을 받으면 절대적 불임이라고 생각하고 임신 시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 폐경이어도 적극적인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종종 있다. 구 진료부장은 “일부 조기 폐경 환자 중에서도 드물게 정상 난포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 저항 난소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며 “운동이나 대체요법을 하면서 월경이 회복됐다고 말하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조기 폐경을 진단받은 33세 여성 환자가 이와 같은 사례였다”며 “환자에게 과배란 유도 후 체외수정을 하는 방법 대신 미성숙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을 시행한 결과 임신에 성공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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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대체요법이 유일한 치료법
모든 질환이 그렇듯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조기 폐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치료를 향한 사람들의 심리적 문턱은 여전히 높다.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조기 폐경의 경우 치료법은 호르몬 대체요법이 유일하다.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을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환자는 대체로 이 방식을 따른다. 이는 유방암의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잘 알려졌지만, 유방암과의 상관성에 대해선 아직 장기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구 진료부장은 “병합요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이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대신 대장 직장암 발병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호르몬 치료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둘째, 에스트로겐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이는 자궁을 절제한 여성에게 해당한다. 이 경우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진료부장은 “잘못된 정보를 신뢰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면서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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