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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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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위 보존하는 내시경 치료 근육층 가깝게 잘라내숨은 암세포까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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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만 40세 이상부터 위 내시경검사를 지원하므로 빠뜨리지 말고 잘 챙겨 받았으면 한다. 조기 위암을 진단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검사”라고 당부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5년 전 위 내시경검사에서 조기 위암 진단을 받은 강순옥(가명·65)씨는 암 수술에 부담이 컸다. B형 간염 바이러스로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이 있었고,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다행히 암세포가 2㎝ 이하의 미분화(분화도가 좋지 않지만 크기가 작은 위암) 형태로, 내시경 시술을 해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시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병기였다. 강씨는 위를 보존하고 회복에 부담이 적은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을 먼저 받기로 했다.

강씨의 주치의인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소화기병센터장) 교수는 “강씨의 경우 림프샘에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찾기 위해 내시경 나이프를 점막하층 아래쪽인 근육층에 바짝 붙여서 충분히 위암 조직을 잘라낸 사례”라며 “병변을 깨끗하게 절제했고, 시술 후 병리 검사에서 완전 절제로 판정됐다. 5년째 재발 소견 없이 정기 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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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기 위암 병변. 2 내시경으로 근육 층에 최대한 근접해 절제. 3 제거된 조기 위암 조직. 4 5년 경 과 후 재발 소견 없음.





고령·기저질환자도 안전 시술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치료법으로 선호된다. 위를 보존하면서도 생존율·재발률에서 수술(복강경·개복)과 차이가 없어서다. 전신 마취 대신 수면 마취를 하고, 복부를 절개하지 않아 피부 상처가 없어 통증 부담이 적다. 하지만 모든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건 아니다. 내시경 시술 후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이 제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내시경 시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치료 과정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는 조기 위암의 내시경 시술에서 강씨와 같이 시술과 수술 사이에서 고민이 필요한 회색지대 환자를 안전하게 선별한다. 내시경 시술의 확대적응증인 경우다. 내시경 절제술을 우선 시행하는 절대적응증 범위는 벗어나지만 림프샘 전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환자군을 말한다. 성인경 교수는 “강씨처럼 기저 질환을 갖고 있거나 고령이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확대적응증이어도 절대적응증으로 작용한다”며 “환자의 선택권에 따라 치료 결정이 필요한 경우인데 예상 재발률과 수술 범위를 동영상·통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치료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환자 친화적 시스템의 하나다.



섬세한 절제로 출혈·천공 예방



내시경 시술로 암이 완전히 절제됐는지는 시술 후 조직검사 결과로 알수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는 근육층에 최대한 근접해 조직을 절제하는 시술로 병리 검사의 정확도를 높인다. 드러나 있지 않은 암세포를 찾고, 림프샘 전이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술 과정에서는 검사 결과가 정확해질 수 있지만 출혈·천공 같은 합병증 위험이 있어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성 교수는 “근육층에 가깝게 조직을 잘라낼 때 출혈이 생기면 암 절제를 어렵게 하고, 전기 나이프 열이 지나치게 가해지면 천공이 발생해 합병증이 생기므로 클립을 잘 집어가며 꼼꼼히 시술해야 한다”며 “마취과 교수를 포함한 마취과 의료진에 의해 수면 마취를 안전하게 하는 것도 소화기병센터의 특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술 후 추가 치료 결정은 일반적인 재발과는 의미가 다르다. 최종 조직검사 결과에서 암세포가 점막근판을 0.5㎜ 초과해 뚫고 들어갔으면 림프샘 전이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 원격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을 권한다. 성 교수는 “재발은 원격 전이가 돼 다시 수술한다는 것인데, 그간 1000건 이상의 임상 경험으로 볼 때 내시경 시술 후 재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는 최신 내시경 치료를 논하는 국제 심포지엄의 장이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해 왔다. 우리나라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내시경 치료를 선도하는 일본의 유수 의료진을 초빙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성 교수는 “내시경 시술에 사용되는 나이프마다 각각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다르다”며 “획기적으로 발전 중인 최신 치료법인 만큼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내시경 시술 후 환자·가족이 챙겨야 할 건강 가이드



1.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치료

이시성 위암은 내시경 절제술 1년 이상 경과 후 위의 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내시경 시술 후 3.6~22.7%에서 이시성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시성 위암을 낮추는 방법의 하나는 1급 발암 물질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치료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국내 연구(국립암센터 최일주 교수팀, 2018)에 따르면 내시경 절제술 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한 경우 암 재발률은 7.2%로, 하지 않은 경우(13.4%)의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제균치료를 권한다.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이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통해 위암 발생 위험성을 절반 아래로(0.45배) 감소시킬 수 있다.



2. 6~12개월 간격 위 내시경검사

내시경 시술 후에는 6~12개월 간격으로 위 내시경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다. 내시경·CT 검사를 5년 동안 시행해 재발 소견이 없는 경우 완치로 판정한다.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도 내시경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력이 있을 때 위암 발병 위험도는 2~3배 더 높다고 보고된다. 유전적 요인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공통된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조기 위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검사를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선별검사를 일찍 시작하고, 검사 주기를 단축해 매년 받는 것도 도움된다고 조언한다. 위 내시경은 아침 식사만 걸러도 받을 수 있다. 큰 병원을 가지 않고 동네의원에서 받아도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올 만큼 내시경검사 수준과 접근성이 좋다.

도움말=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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