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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특수 얼음에 소화가스 주입해 투척”…신개념 진화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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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 화재에 ‘투척’하는 새 진화 기법 기대

경향신문

연구진이 소화용 가스를 넣은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말 150g을 투입하는 실험을 야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투입 뒤 10초 내에 화염이 소멸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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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만든 가스 하이드레이트. 고체 형태인 가스 하이드레이트 안에는 소화용 가스를 넣을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특수한 성질을 지닌 ‘얼음’ 안에 소화용 가스를 주입한 뒤 이를 뿌리거나 던져서 효과적으로 불을 끌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제품화에 성공하면 화재 진압 기술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주동 박사팀은 소화용 가스를 함유한 얼음의 일종인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 원리에 대한 특허를 최근 얻었으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본래 춥고 수압이 강한 심해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고체다. 기체가 액체를 거치지 않고 고체로 바로 전환한 것이다. 생김새는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다.

물과 결합한 기체는 천연가스 성분인 ‘메탄’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심해와 같은 극한의 조건에선 물 분자가 단단하고 튼튼한 고압용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메탄이 고밀도로 저장된 에너지 덩어리인 것이다.

연구진은 발상을 전환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메탄 대신 소화용 가스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고체와 비교했을 때 같은 부피에 50~120배 더 많은 소화용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특수한 얼음이 개발됐다. 본래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불타는 얼음’이었다면, 연구진은 ‘불 끄는 얼음’을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주입할 소화용 가스로 할로겐족 가스를 사용했다. HFC-125 등의 청정 소화가스는 절연성이 뛰어나고 화염에 대한 연쇄 반응 차단 효과도 크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새로 개발한 가스 하이트레이트를 뿌리자 불이 신속히 꺼지고, 한번 꺼진 불은 재점화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이 관찰됐다. 기본적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에 가스가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화염에 닿을 경우 물 또한 소화 효과를 발휘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만든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소화용 가스가 압축된 고체인 만큼 휴대성과 기동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이나 해양 플랜트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 현장에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다.

특히 물을 지상에서 분사하기 어려운 15층 이상 초고층 건물 화재에 대응할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드론에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매달아 비행하게 한 다음, 화재 현장에 투척하는 새로운 진화 방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동 박사는 “오랜 기간 가스 하이드레이트 응용 연구를 진행해 오던 중 물 분자의 격자 구조 안에 다량의 소화용 가스가 채워지는 현상을 확인해 관련 연구를 하게 됐다”며 “원천 기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결과를 내놓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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