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채식의 반전…두부·시금치 같이 먹으면 큰일난다,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명한 채식 실천법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식은 건강한 식사법의 하나로 여겨진다. 여기에 환경 보호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엄격히 채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기 대신 선택하는 대체육 같은 제품은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첨가물을 넣은 식물 가공식으로, 건강식과 거리가 멀다. 채식에 관한 오해와 현명한 채식 실천법을 알아본다.



극단적 채식 대신 유연한 채식 선택



채식을 실천할 땐 육식과 계란·유제품을 배격한 완전한 ‘비건(vegan) 채식’ 대신 육류 섭취를 줄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채식’을 추천한다. 평소 채식 식단을 하면서 때때로 육류를 섭취하는 유연한 형태의 채식이다. 붉은색 고기는 먹지 않더라도 생선이나 계란·유제품을 곁들여 단백질 섭취 비율을 맞추는 채식 유형도 있다.

극단적 채식이 위험한 이유는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체력·면역력이 축나기 쉬워서다. 신체 성장과 생리 기능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 근육뿐 아니라 피부·머리카락·손톱과 같은 인체 조직의 원료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호르몬이나 각종 효소의 주성분도 단백질이다. 필수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으므로 양질의 살코기 같은 음식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성장기 어린이, 노인, 임산부, 수술 후 회복 환자, 영양소 흡수에 문제가 있는 소화기 질환자는 엄격한 채식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특히 빈혈 환자와 임신을 앞둔 여성, 임산부는 고기 섭취가 필요하다. 고기에는 체내 흡수율이 20%로 높은 철분인 헴철(heme iron)이 있다. 시금치 같은 채소의 비헴철 흡수율은 5% 내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신을 앞둔 여성·임산부에게 체내 흡수가 빠른 혈중 철분인 헴철을 함유한 식품을 먹고, 철분 흡수를 촉진하는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라고 권고한다. 고기를 먹을 때는 무잎·시금치같이 철분이 많이 있는 채소를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더 좋다. 고기 단백질이 야채에 있는 비헴철의 흡수를 돕는다.

암 환자도 고기를 챙겨 먹어야 한다. 은평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황선욱 교수는 “채식만 고집하면 항암 치료로 인한 세포 손상 회복이 어려워지므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며 “특히 위암 수술 후에는 철분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고기와 함께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매끼 채소 반찬 두 가지 이상을 식사에 구성하는 것이 균형 잡힌 식단이다. 황 교수는 “항암 치료 시 약물 부작용으로 면역력이 저하됐다면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생채소는 깨끗하게 세척하거나 익혀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활동량 맞춰 현미콩밥·두부·견과류 적절히 섭취



중앙일보

샐러드 위주의 채식, 단백질 섭취를 고려하지 않은 채식은 포만감이 적다. 식사량이 늘어나고, 빵·떡 같은 간식을 더 찾게 된다. 그러면 잉여 탄수화물이 콜레스테롤·지방의 원료로 사용된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체내 근육량도 감소한다. 기초대사량이 줄고 에너지 소비가 둔화해 체지방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기초대사량과 활동량에 맞춰 곡류·콩류·견과류·요구르트 등 다양한 식품을 챙기는 식사를 해야 한다.

완전 채식을 한다면 두부·콩처럼 단백질이 많은 식품을 챙겨 먹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식품영양평가표에 따르면 곡류 중에서는 백미의 단백질 함량이 한 공기에 5.7g으로 가장 높다. 하지만 GI 지수(당지수)가 높으므로 현미밥·콩을 넣어 밥을 짓는 것을 권한다.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은 브로콜리·무시래기·콩나물·시금치 등이다. 황 교수는 “아몬드·호두 등 견과류에는 근수축 이완에 필요한 마그네슘이 많아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미네랄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을 주므로 간식으로 하루 한 줌 챙겨 먹는 것을 권한다”며 “이외에 음식으로 섭취가 어렵다면 부족한 영양소는 보충제로 보완해 주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B12·아연은 채식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다.



식감·맛 향상한 식물 가공식품 섭취는 줄이기



중앙일보

식감·맛을 향상한 대체육과 비건 버거·라면·치즈·만두 등 다양한 식물성 가공식품이 출시되고 있다. 육류를 줄이고 식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건강식으로 홍보된다. 하지만 제품을 선택할 땐 영양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고기·유제품 등의 식감·맛을 내기 위해 단백질·소금·설탕·지방과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식물성 가공식품이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만들거나 기름에 튀기는 등 음식을 가공할수록 재료의 미네랄 등 좋은 성분이 파괴된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단을 실천하는 채식의 동기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국제영양학회지 ‘뉴트리언츠’(Nutrients, 2021)에 실린 싱가포르·네덜란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식물성 대체식품이 포함된 식단은 칼슘·칼륨·마그네슘·아연·비타민B12의 1일 기준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포화지방·나트륨 함유량은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식물성 대체식품은 고기 같은 식감을 위해 분리 단백질과 색상·풍미·가공 보조제로 만들어진 가공제품을 말한다. 연구진은 “많은 새로운 식물성 제품이 열량에서는 동물성 가공식품과 비슷하면서 영양 밀도는 낮았다. 버거·너깃·미트볼·소시지와 같은 해로운 식물성 대체식품 때문에 정크푸드로 불리는 식품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대체식품을 섭취할 경우 포화지방·나트륨·당분 등 함량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자연·천연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Tip 채소 풍부한 식사 효율적으로 섭취하려면



중앙일보

겨울 식단엔 ·시금치

겨울에는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탓에 감기 같은 감염 질환에 잘 걸린다. 또 햇빛을 쐬는 시간이 줄어 뼈 건강이 약해지면서 골절 위험이 커진다. 비타민A·철분·칼슘 같은 영양소가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감염병에 쉽게 노출된다. 시래기·쑥·시금치·당근·깻잎 등에 비타민A·칼슘·철분 등의 영양소가 많다. 시래기(무청) 70g에는 칼슘이 239㎎ 들어 있다. 우유 1컵(200mL)의 칼슘(183㎎)보다 많다. 쑥·깻잎(70g)에도 각각 160㎎, 148㎎의 칼슘이 들어 있다. 하루 칼슘 권장 섭취량은 700㎎이다. 조리 시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풍부한 말린 버섯가루를 조미료로 활용하면 칼슘 흡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철분은 깻잎·시래기·시금치에 풍부하고 비타민A는 당근·호박 같은 황색 채소에 많다.

중앙일보

당근과 오이, 두부와 시금치는 상극



채소끼리도 궁합이 있다. 당근에 함유된 아스코르브산은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시금치와 두부는 궁합이 안 맞는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두부의 칼슘 성분과 결합하면 몸에서 담석(돌)으로 변하기 쉽다. 파는 인과 유황 성분이 많아 미역에 있는 칼슘이 체내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감과 도토리묵에는 변비를 일으키기 쉬운 탄닌이 들어 있다. 체내 철분 성분이 탄닌과 결합해 소화 흡수를 방해한다. 감과 도토리묵 두 가지를 같이 먹으면 변비가 생기거나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중앙일보

케일은 생으로, 토마토는 익혀서

열을 가해야 영양이 배가 되는 채소가 있다. 브로콜리·토마토·연근·양배추 등이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의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데치는 과정에서 성분이 농축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반면에 미네랄·루테인·철분·칼슘 등이 풍부한 케일은 생으로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열을 가하면 엽록소·비타민C·엽산 같은 영양소가 파괴된다. 피망·오이·양상추 등도 생으로 먹는 것을 권한다. 당근·파프리카·토마토·단호박 같은 황색 채소는 기름에 조리하면 영양소가 잘 흡수된다.

※알레르기 유발 식물성 식품: 메밀·밀·대두·토마토·땅콩·호두·잣·복숭아

이민영 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