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훈 구속으로 명분 확보…서 전 실장, 구속적부심 검토
연내 사건 종결 가능성…문 전 대통령에 법적 책임 따질 수도
검찰이 ‘서해 피격(피살) 공무원 월북조작’ 의혹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을 지난 3일 구속했다. 전 정부 사건들을 전방위로 수사 중인 검찰이 전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를 구속한 건 처음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 최고책임자인 서 전 실장을 끝으로 ‘윗선 수사’를 마무리할 공산이 크지만,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사안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고 밝힌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5분까지 10시간5분간 진행됐다. 1995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장 시간이다. 서 전 실장 측은 심사에서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2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자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을 정했다. 이어 다음날 오전 1시쯤 자신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공모해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첩보 등 자료를 삭제하게 한 혐의 등(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을 받는다.
서 전 실장 구속으로 검찰은 수사의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조직적 ‘윌북몰이’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을 지휘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이뤄졌으며, 그 정점에 서 전 실장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5일 서 전 실장을 구속 후 처음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만간 박지원 전 원장 등 다른 고위 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서 전 실장과의 공모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과 함께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을 연내에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서 전 실장까지 ‘윗선 수사’를 마무리한 뒤 연내에 사건을 종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이 서 전 실장 구속영장 청구서에 문 전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기재하지 않은 데다 “최종 책임자와 결정권자가 서 전 실장”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고 밝힌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구속적부심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수사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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