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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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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현대화된 한약제제·의료기기 앞세워 K메디 세계시장 진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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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

한의약은 신기술과 거리가 먼 정체된 분야일까. 그렇지 않다. 신성장 동력으로서 한의약의 발전과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제2회 한의약 미래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가 이달 중순 열린다. 한의약은 한약제제와 의료기기를 비롯해 신소재·소프트웨어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을 만나 경진대회의 의미와 한국 한의약의 경쟁력을 들었다.



중앙일보

정창현 원장은 “경진대회에서는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의약의 효능을 입증하고 해석한 기술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Q : -올해 2회차 한의약 경진대회는 무엇인가.

A : “한의약의 미래 발전과 세계시장 진출을 이끌어 나갈 신제품·신기술을 발굴하는 자리다. 내부적으로는 한의약의 과학화·산업화를 촉진하고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외적으론 국민에게 한의약의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 한의약 발전에도 고대·중세·근대·현대 한의약이 있다. 이는 오늘날의 한의약이 수천 년 전의 것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해 오고 있음을 뜻한다. 경진대회에서는 변화하는 오늘날의 한의약을 보여준다. 또 앞으로 발전할 한의약의 방향과 잠재력도 볼 수 있다.”

Q : -신제품·신기술에는 어떤 게 있나.

A : “이번 대회에서는 한약제제·의료기기·신소재·소프트웨어, 융·복합 제품(기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을 내놓은 여덟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신기술이라고 해서 기존 전통 의학적 지식과 동떨어진 건 아니다. 한의약의 현대화라고 하면 더 정확하다. 한의약은 수천 년에 걸쳐 임상 경험이 누적돼 평균이 나오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처방과 학문 이론이 만들어졌다. 기술 발달로 이제는 한의약의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맥을 보고 침을 놓을 때 한의사의 고도로 숙련된 감각에 의존하던 것에서 지금은 다양한 소재와 표준화한 장비로 안전성을 강화한 발전된 형태의 의료기기를 사용한다. 예컨대 과거엔 쑥을 태워서 뜸을 뜨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 자극으로 동일한 효능을 주는 온구기를 사용해 안전사고 위험을 덜고 열 자극의 효능은 그대로 가져간다. 지난해에 처음 열린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신제품이 이런 전기 온구기였다. 한방차를 캡슐에 담아 커피처럼 간편히 복용할 수 있는 제품, 약용식물 성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패치 같은 다양한 신기술도 당시 입상했다.”

Q :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입지는 어떤가.

A : “전통 의약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질병의 예방과 회복에 강점이 있고, 경제성·안전성·효율성이 뛰어나다. 세계 전통 의약 시장 규모도 2030년 3000억 달러, 2050년에는 5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에게는 ‘K메디’ 열풍 대열에 들어설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한의약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급격한 수요가 증가하는 세계 전통 의약 시장에서 한의약의 비중과 역할을 확대·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세계 한의약 시장에서 표준화·과학화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한약재 소재 발굴, 한의약 개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을 통해 한의약의 치료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표준화와 과학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통 의약 시장의 공통적인 문제로,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Q : -우리 한의약의 경쟁력은 뭔가.

A : “교육·임상·연구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전통 한의약을 체계적으로 발달시켰다는 점이다. 대학·대학원 같은 전문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이 갖춰져 학술 분야에서 한의약을 연구해 왔다. 또 우수한 인재가 한의약에 포진해 있다. 국제 학술대회의 주요 연자로 나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한의약 수준이 높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다. 나라마다 전통 의학은 있으나 우리처럼 학문적으로 체계적인 제도를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 한의약은 맞춤 의료로서 질병 예방에 탁월한 한의약 본질을 간직하면서도 서양의학과 동등한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췄다. 세계 전통 의약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Q : -한의약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데 이유가 뭔가.

A : “한의약이라고 하면 여전히 부담감이나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첫째로 국민이 한의약에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부족하다. 침·첩약·추나요법 등 치료에 일부 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한의원 문턱이 높다는 생각이 꽤 있다. 둘째로 한의약에 기반을 둔 건강 관리가 일상에 스며든 게 많은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약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심신을 건강하게 관리한다는 하나의 문화에 가깝다. 생활 전반에 걸쳐 적절한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라이프 케어에 최적화된 방법론이다.”

Q : -한의약진흥원은 어떤 곳인가.

A : “한의약 기술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흥원은 그런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해 산업화시켜 나가는 역할을 한다. 올해 경진대회에서는 신제품·신기술의 창의성과 시장 진출 가능성,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가능성, 공익성 등의 심사평가를 통해 팀을 선발한다. 참가 기업은 개발 제품과 기술을 전문가에게 평가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진흥원에서는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테스트하며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성과, 인프라와 우수 연구인력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신기술·신제품 개발과 산업화를 앞당기려고 한다. 앞으로는 한의약 펀드를 조성하는 것까지 연계하는 생태계 흐름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 밖에도 한의약 발전의 핵심인 임상 정보 빅데이터 구축 사업, 국민에게 한약의 안전성·신뢰성을 높이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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