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당시 ‘조사 방해 혐의’ 적용
노조 “정권 입맛 맞춰 탄압” 반발
‘화물운송 정상화 공청회’ 연 국토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18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요구사항을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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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화물연대가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방해하고 기피했다는 이유다. 노동계는 ‘화물연대 탄압’이라는 목표를 정해둔 공정위의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를 통한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현장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일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와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12월2일과 5일, 6일 사흘에 걸쳐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와 조사 방법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는 “조사의 개시와 목적이 부당하며, 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고, 제출명령이 포괄적이며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공정위와 화물연대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현장조사는 불발됐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한기정 공정위원장의 섣부른 개입이 있다. 화물연대에 대한 조사 착수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다. 이번 화물연대 조사는 지난해 11월29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라는 한 위원장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한 위원장의 ‘구두 지시’로 시작한 공정위 ‘직권 인지’ 사건이다. 그간 화물연대 파업에서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없다.
■한 위원장 ‘법 적용 대상’으로 예단해 중립성 논란
공정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공정위가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당일 한 위원장은 브리핑을 열고 “화물연대 본부는 대표부 부재 등을 이유로, 부산지역본부는 파업기간 중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현장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될 경우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건설노조 건에서도 (노조 조합원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의 사업자성 여부는 이번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쟁점이다. 이번 사건의 심의·의결 과정에서 ‘판사’ 역할을 맡는 위원장이 조사도 전에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예단한 셈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으로 그간 공정위가 고수한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도 깨졌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문재호 공정위 대변인은 “사실상 사업자단체로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도 “최종적인 사업자단체 여부는 화물연대의 부당 공동행위를 다루는 전원회의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14일 한 위원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한 위원장은 화물연대의 검찰 고발 여부를 심의하는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사건 초기부터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한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대로 덮으면 현장조사관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다른 조사 대상들까지도 조사 거부에 나설 수 있어 고발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18일 성명을 내 “이미 정권의 입맛대로 ‘화물연대 탄압’이라는 목표를 정해둔 공정위의 조사이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 심의·결정은 처음부터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예상했던 바대로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이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화물연대의 파업과 노조 활동은 헌법을 통해 보장된 기본권의 행사”라며 “공정위는 국민경제를 왜곡하는 대기업의 갑질과 권력을 제어하라고 만든 공정거래법을 노동자 때려잡는 데 이용하는 기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법·제도의 미비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특고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활용해 특고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화물연대는 특고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쟁취하고, 노조 탄압에 맞서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반기웅·조해람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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