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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이번엔 건설노조 갑질…전국 34곳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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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오전 8시10분부터 건설 관련 노조 사무실 14곳과 주거지 20곳에 수사관 160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이 벌어진 곳은 서울 양평동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와 산하에 있는 서남·서북·동남·동북지대 등 사무실 5곳,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건산노조, 현재는 한국노총에서 제명) 서울경기 1·2지부와 철근사업단 사무실 3곳 등이다. 경찰은 또 서울 중곡동의 한국연합, 경기도 시흥의 민주연합·건설연대·산업인노조, 경기도 의정부의 전국건설노조, 서울 방화동 전국연합현장 등 소규모 노조에도 수사관들을 보내는 등 총 14곳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 노조가 2021~2022년 건설사들에 소속 조합원들의 채용을 강요하고, 응하지 않으면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혹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약점을 잡아 협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한다. 또 노조전임비·복지비·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등 폭력행위처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공동강요·공동공갈)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됐다.

민주·한국 양대 노총에서는 전·현직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4명, 과거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건산노조 소속 간부 7명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는 건설사 측에 “오늘 당장 채용하지 않으면 일을 못하게 하겠다. △△노총만 노조냐, ○○노총이 우습게 보이냐”며 채용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건설 현장 내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몰아내는 이른바 ‘토끼몰이’를 하는 한편, 피의자 일부는 “××들아. 노총을 개×로 보고” 등 욕설도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 중이다. 노조 측 강요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한 번에 수백 명까지 부당하게 채용이 이뤄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 22점을 포함한 전자정보 약 1만7000점 등을 확보했다. 이 밖에 각 노조 사무실이 건설사와 체결한 전임비 지급 협약서 등 교섭 자료, 건설 현장 내 노조원 고용·채용 자료, 전임비 입금·출금·사용내역 등 회계자료, 건설사 및 산하 노조와 수·발신한 문서 자료 일체 등을 수집해 분석에 나섰다.



“건설현장 불법 판쳐” 윤 대통령 언급 뒤 특별단속 시작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양평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건설노조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 정권 하수인 경찰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위원장은 “매년 600명의 건설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는데, 건설자본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는 단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경찰과 노조 사이에선 “다 들어와, 다 들어와” “내가 물건이냐, 왜 잡아” 등 고성이 오갔다. 노조 관계자들이 일부 언론사 기자를 끌어내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건설노조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달부터 개시된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의 일환이다.

특별단속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 현장에서 불법·폭력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조직적 불법행위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한 뒤 시작됐다.

이에 따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지난 18일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 수백만원 이상을 부정 지급하는 ‘월례비’ 관행과 관련, 민주노총 타워크레인노조 광주·전라지부 등 11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은 “18일 기준, 총 186건 929명을 수사해 7명을 구속하고 16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890명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민·김민정·이찬규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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