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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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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50년 뒤, 100년 뒤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일지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세계 최악인 저출산 고령화가 만들 암울한 미래상이다. 몇 년 전 유엔이 ‘세계 인구 전망’에서 한국은 향후 50년간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인구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고 했는데 그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날 재정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올해 5156만명에서 2050년엔 4736만명으로 420만명 감소한다. 놀라운 것은 현재 0.81명으로 세계 최저인 출산율이 2050년엔 1.2명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했는데도 그렇다는 사실이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950만명에서 1900만명으로 1000만명 늘어난다. 현재 2500만명인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30년 뒤엔 1700만명대로, 50년 뒤엔 1200만명대로 줄어든다.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엔 1%대, 2040년 이후엔 0%대로 떨어지고, 2060년 이후엔 마이너스로 돌아서 무려 60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국민연금 추계위는 예측했다. 60년간 마이너스 성장이면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몰락이 된다.

지금은 국민연금을 내는 가입자가 2199만명으로 연급을 받는 수급자 527만명보다 4배 많지만, 2050년엔 비슷해지고, 2060년부턴 가입자 1251만명에 수급자 1569만명으로 수급자가 300만명 이상 많아진다. 지금은 경제활동인구 4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엔 1.2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2055년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바닥나면 그 이후엔 지금의 아이들이 월급의 최대 35%를 보험료로 내야 국민연금이 지탱된다. 이미 연금 기금이 바닥난 프랑스에선 연금 지급을 위해 현 세대가 소득의 28%를 보험료로 내고 있는데, 연금 수령 연한을 2년 늦추자고 하자 온 국민이 들고일어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대로 선진국이었다. 우리는 바로 지금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프랑스보다 훨씬 심각하게 될 게 분명하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사회적 역동성과 국가 재정 역량을 쪼그라트려 나라 전체를 ‘수축 사회’로 만든다. 생산 인구 감소로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에게 월 30만원씩 주는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재원이 올해는 22조원이지만, 2045년엔 100조원을 넘게 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나랏빚을 400조원 이상 늘리는 바람에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가 이미 열렸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할 재정 여력은 더 빈약해진 상태다.

우리가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이 재앙은 필연적으로 닥쳐온다. 각 분야의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규제 개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노동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들고,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 이어지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집 문제, 일자리 문제, 교육 문제 해결 없이 저출산 극복은 불가능하다. 노인 연령 상한 조정, 정년 연장 등으로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고, 여성·노인층의 사회 활동 참여율도 높여야 한다.

바로 지금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개혁엔 저항과 고통이 따르지만 다른 길이 없다. 개혁만이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을 줄 수 있다. 희망이 없는 곳에 재앙은 더 빨리, 더 무섭게 닥쳐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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