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금 반환 문제 두고 GAVI와 갈등
접종 가격 5배 인상 예고에 논란
지난 31일(현지시간) 화이자는 올해 백신과 치료제 등 코로나19 의약품 매출이 215억 달러(약 26조 2730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 의약품 매출 567억 달러(69조 2874억원)보다 62%나 감소한 액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03억 달러(122조 5666억원)를 기록한 화이자의 전체 매출은 올해 670억~710억 달러(약 82조~87조원)로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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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mRNA 백신 시장을 주도하며 기록적인 호황을 맞았다. 전체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2배 증가했으며, 지난해 올린 매출의 약 60%를 코로나19 의약품이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각국 정부 등이 무료 제공을 위해 한 코로나19 의약품 대량 구매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백신 제조사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던 미국 정부는 지난 30일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 시점을 오는 5월 11일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백신 제조사들은 코로나19 의약품을 병원과 약국 등에 직접 공급하고, 비용은 개인이 지불하게 된다. 코로나19가 4년째로 접어들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수요 급감이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화이자는 지난 한 달간 주가가 약 15% 하락해 대형 제약사들 중 최악"이라고 전했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의 매출 급감을 전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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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제조사들은 계약 취소에 따른 선불금 반환 문제를 놓고도 논란에 휩싸였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백신 수요 급감에 따라 여러 백신 제조사들과의 주문 계약을 취소했다. 대상 제조사는 모더나·존슨앤드존슨·노바백스·세럼인스티튜트(SII) 등이다. GAVI는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코백스(COVAX)'를 결성해 중저소득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왔다.
NYT에 따르면 GAVI는 예약했던 모더나 백신 2억 회 분량, 세럼인스티튜트 백신 1억4500만 회 분량을 취소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백신을 주문할 때 낸 선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GAVI가 두 회사에 지불한 선금만 7억 달러(8554억원)라고 한다.
존슨앤드존슨은 GAVI에 계약대로 1억5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갈등 중이고, 노바백스도 선금 7억 달러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NYT는 계약에 따라 백신 제조사들이 주문 취소된 백신의 선금을 돌려줄 의무는 없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점과 GAVI의 공익 활동을 고려할 때 제조사들의 이런 조치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톰 프리든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 공적 자금이 대거 들어갔으며, 사회적 재화이기 때문에 백신 제조사들엔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선금은 GAVI가 또 다른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과 같은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돈"이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백신 제조사들이 코백스를 통해 올린 매출만 138억 달러(16조 8636억원)라고 한다.
모더나 등은 백신 접종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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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제조사들은 백신 가격 대폭 인상 계획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백신 수요 급감을 예상해 미국에서 백신 1회 접종 가격을 110~130달러(약 13만~16만원)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현재 미 정부에 백신 한 회당 26~30달러(약 3만 1800원~3만 6700원)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을 5배 안팎으로 올린다는 의미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의 가치를 감안하면 이 가격대가 적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지난달 서한을 통해 "백신 개발에 미 납세자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미 정부기관 과학자들도 참여한 점을 고려할 때 가격 인상은 터무니없다"며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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