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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통령실 “안철수는 尹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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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영우 국민통합위원 해촉

“安선대위원장 맡아 중립성 위배”

안철수 “민심 모르고 역행하는것”

국민의힘 친윤(親尹)계가 2일 당대표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향해 “가짜 친윤팔이” “윤 대통령과 반대 입장”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그동안 전당대회에 말을 아꼈던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도 “윤 대통령의 뜻은 안 의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여전히 중립적 입장”이라면서도 “안 의원 본인이 ‘윤심팔이’를 하려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안 의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윤심’은 안 의원이 아니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인수위 때부터 안 의원은 인사나 정책에서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를 ‘윤심’이 실린 후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본지에 “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윤심은 없다’고 말했다. 윤심을 팔고 다닌다면 그게 사기”라고 했다. 그는 친윤계의 공세에 대해선 “민심을 모르는 것”이라며 “민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안철수 캠프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을 국민통합위원직에서 해촉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자리인데 특정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통합위는 언론 공지에서 “최근 수차례 방송에 출연, 국민통합위원 자격을 명시하며 ‘윤심’ 소재 관련 발언 등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해촉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비윤 측에서는 “대통령실이 경선에 개입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안 의원은 친윤의 공세에 대해 “불안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수행에 태클 걸던 분께서 윤심이 필요해지니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며 “자신이 진윤(진짜 친윤)이라 하는 것은 가짜 상품으로 상표 도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수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을 때 장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하루 결근한 일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하셨다. 나경원 케이스하고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자기의 이익이 아닌 아무 조건 없이 (대선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느냐에 대해 살짝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내세운 ‘윤·안 연대’의 핵심 고리인 대선 후보 단일화 인연까지 깎아내린 것이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촉 결정에 앞서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의 국민통합위원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당대표 후보등록 마친 김기현·안철수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 후보 등록을 한 뒤 당사 앞에서 청년최고위원 출마자들과 만세를 부르는 모습. 왼쪽부터 이욱희 충북도의원, 안 의원, 지성호 의원.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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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가 안 의원에 대한 총공세에 들어간 것은 친윤 당대표 후보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과 안 의원의 지지율 경쟁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안 의원 지지율이 안 의원 우세로 뒤바뀐 것으로 나타나면서 친윤계가 공세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면서 “윤심 후보는 안철수가 아닌 김기현임을 당원들에게 명확히 인식시키려는 전략 같다”고 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윤 대통령의 파트너를 뽑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을 빨리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4개 여론조사 업체의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에서 전당대회 결선투표를 가상했을 때(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안 의원이 50%로 김 의원(32%)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도 안 의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는 반대쪽 입장에 있는 분”이라고 했다. 그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가졌던 윤 대통령에 대한 반대 정서, 강력한 비판 의지 등이 안 후보와 겹치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께서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저는 윤힘이 되기 위해 나온 후보다.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로 여기까지 왔다”라면서, 친윤계의 공격에 대해서는 “요즘 여론조사 추세를 보고 불안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본지 통화에서도 “당대표는 (친윤계가 아닌) 당원들이 결정한다”며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투지가 불타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안 의원을 향한 친윤의 공격은 친윤계 일각의 ‘안철수 때리기’란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안철수 캠프에 참여한 김영우 전 의원의 국민통합위원직 해촉을 재가하면서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 의원이 그간 여러 정책 현안에서 윤 대통령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냈다”며 “안 의원이 윤심(尹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결정까지 일련의 과정과 판박이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의원 측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최고위원에 출마한 문병호 전 의원은 입장문에서 “집단 린치의 불길한 기운이 전체 당원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장 주변을 또다시 감돌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친윤 그룹 전체적으로는 안 의원에 대한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됐다. 친윤의 또 다른 축인 권성동·윤한홍 의원 등은 경선 레이스 전면에서 물러난 분위기다. 안 의원 캠프 관계자는 “일부 친윤 인사는 우리 쪽과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현재 목소리를 내는 친윤 인사들의 주장이 집단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안 의원 측은 일단 대통령실이나 친윤계와의 정면 충돌은 피하려는 분위기다.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이날 “저에 대한 국민통합위원회의 위원직 해촉 결정을 존중한다”고만 밝혔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친윤계가 김기현 의원을 제외한 후보들을 제거해나가는 흐름이 읽힌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친윤계 전체의 일관된 뜻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원 100% 투표로 진행되는 구조상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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