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신팀 현주경, UX팀 김선경 인터뷰
매일 감정에 따라 저금금액 다른 ‘기분통장’ 기획
MZ세대로 고객층 넓어져…2030 더 많이 유입
젊은층 자신에 대한 성찰 욕구 강해…‘귀여움’ 가미
케이뱅크에서 기분통장을 직접 기획한 UX팀 김선경(왼쪽)씨와 수신팀 현주경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케이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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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인간의 감정이 어디까지 분류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논문을 읽었어요. 사람의 감정이 40개가 넘더라고요. MZ(밀레니얼+Z)세대는 단순한 걸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감정을 크게 행복·평온·슬픔·분노 네 가지로 나눈 뒤 세분화했습니다. 기분통장은 그렇게 탄생했어요”(현주경 케이뱅크 수신팀 기분통장 담당자)
지난해 여름. 국내 금융권에서는 치열한 ‘수신 전쟁’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p)을 단행하며 기준금리가 2%대에 올라앉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때부터 너도나도 예금금리를 올리며 자금유치 경쟁을 벌였다. 케이뱅크도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 외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MZ세대를 공략해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저금할 수 있는 ‘기분통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전략은 통했다. 기존에 ‘3040 남성’이 주를 이루던 수신 고객층은 20대로 확대됐다. 기분통장 이용자의 56%가 MZ세대로 채워졌으며 여성 고객도 훨씬 많이 유입됐다.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지난해 1분기 11조54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말 14조63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여기에 기분통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헤럴드경제는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케이뱅크에서 기분통장을 직접 기획한 수신팀 현주경씨와 UX팀 김선경씨를 만났다.
케이뱅크에서 기분통장을 직접 기획한 UX팀 김선경(오른쪽)씨와 수신팀 현주경씨는 “3040이 위주던 케이뱅크 수신상품 고객층이 기분통장 이후 더 어려졌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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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내가 분석당하는 건 싫지만, 나 자신은 성찰하고 싶어” 감성 자극-기분통장을 소개해달라.
▶현=기분통장은 그날에 따라 ‘감정 이모지+메시지+저금 금액’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복한 이모지에서 ‘뭘 해도 되는 날’ 메시지를 입력하면 행운의 숫자인 ‘777원’이 저금 금액으로 설정되고, ‘내 마음에 평화’를 입력하면 ‘1004원’이 설정되는 식이다.
-이 통장은 어떻게 고안하게 됐나?
▶현=시작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나혼자산다’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개그우먼 이은지씨가 사용하던 ‘해피 저금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포스트잇이나 색종이에 소소한 행복을 적고 이를 유리병에 넣어두었다가, 연말이나 힘들고 슬플 때 꺼내보며 소중했던 시간들을 다시 느낀다고 하더라. 자신의 기분을 매일 기록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정말 그런 상품이 있으면 써보고 싶을 거 같다고 하더라.
▶김=MZ세대를 타깃팅해서 ‘감정’과 ‘적금’을 조화롭게 서비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기분을 나타내는 게 단어일 수도 있고, 표정일 수도 있을텐데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결국에는 사용자들이 가장 쉽게 휠을 돌려서 선택하고, 또 금액을 보고 저금할 수 있게 흐름이 이어지는 시안을 택했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현=이용자들이 더 어려졌다. 케이뱅크 수신상품의 주 연령대가 30대~40대였다. 성별도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확실히 기분통장으로 여성 2030 이용자들이 많이 유입됐다. 연령대 파이가 달라진 걸 보니 젊은 친구들이 확실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내 직원들도 케이뱅크에서 재밌고 가볍게 해볼 수 있는 상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김=어린 세대만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니다. 상품을 기획할 때 옛날 ‘삐삐세대’의 감성도 찾으려고 노력했다. 삐삐를 이용했던 이들은 숫자와 밀접하지 않느냐. ‘8282’를 입력하면 빨리 오라는 뜻이고, ‘1004’를 입력하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숫자와 메시지를 연결짓는 데 옛 감성을 참고했다.
-MZ세대의 마음을 얻은 결정적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김=일주일동안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통계기능이 MZ세대가 좋아할 법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원래 케이뱅크에 나오는 이모지가 정적이었다면, 개편하면서 움직임(모션)이 들어가는 이모지로 수정이 됐다.
▶현=결국은 ‘귀여움’이다. 통장에 나타나는 얼굴 표정이 직관적이고 화려하고 귀엽지 않느냐. 시중·지방은행에서 캐릭터 사업도 하고 싶어 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금융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늘 어딘가 모르게 ‘올드함’이 묻어있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내가 분석을 당하는 건 싫지만, 나 자신은 성찰하고 싶어”라고 느끼는 MZ세대의 감성을 잘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정해진 캐릭터 없는 게 케이뱅크 강점…기분통장 더 고도화할 것-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은행이 갖는 비교우위는 뭐라고 생각하나?
▶현=케이뱅크에 오기 전에 한 지방은행에서 상품기획 관련 근무를 했었다. 전통 은행에서 상품을 만들면 기존에 정형화된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비대면 앱을 통해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본 형태에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식이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이용자들의 금융 생활을 분석하고 그거에 맞게끔 비정형화된 상품을 만든다.
▶김=이전에는 UX 전문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는데, 증권사에는 내부에 UX 전문 팀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외부 컨설팅을 받는 이유다. 다만 인터넷은행에는 UX팀이 사내에 존재한다. 금융소비자의 앱 경험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다른 인터넷은행 대비 케이뱅크 금융상품의 강점은 무엇인가?
▶현=케이뱅크는 상품을 고민할 때 세상에 없는 포지셔닝을 찾는다. 매주 적금하는 ‘챌린지박스’도 있고, 장기 예금상품도 있고,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도 있었는데 매일 돈을 넣을 수 있는 ‘데일리 상품’이 없었다. 이렇게 전혀 없던 포지셔닝을 새로이 찾아가는 게 케이뱅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김=다른 은행의 경우 확실하게 대표하는 캐릭터가 있다 보니까, 줄줄이 출시되는 상품들의 이미지가 모두 비슷하다고 느꼈다. 반면 케이뱅크는 특정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각 상품마다 새로운 특성을 더 명확하게 부여해서 재미있게 풀어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캐릭터가 없다는 게 케이뱅크의 강점이다.
- 기분통장 향후 계획은?
▶현=기분통장의 기능은 앞으로 더 고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한차례 리뉴얼을 거쳤다. 고객 특성을 반영해 기존 10자 글자 제한을 24자까지 확대해 짧은 일기처럼 메모할 수 있게 개편했다. 향후 더 개선해나갈 전망이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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