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안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안 된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여당 대표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내부적으로 거중조정이 이뤄졌다. 이렇게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노골적으로 파열음을 내는 것은 처음 본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윤심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실제 드러나는 것은 정반대이니 이를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지금 대통령실은 어떤 특정인들이 여당 대표가 되면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호불호가 너무나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당 대표처럼 서열이 분명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하기에 따라서 원만하게 사이를 조정하고 협의해 갈 수 있다. 그게 지도자급의 정치력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당대표 경선까지 매사에 나서서 안 의원을 공격하고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결국 반격에 나서면 심각한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실이 원하는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당대표 경선이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노동개혁, 연금개혁, 규제개혁, 공공개혁, 교육개혁을 이룰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혁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국민이 윤 정부가 미흡해도 지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하는 식의 거친 정치가 계속되면 인내가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경선 개입을 자제하고 후보들도 ‘윤심’ 논란을 접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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