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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족 떠나 타국살이 한다고...이라크 아버지, 유튜버 딸 ‘명예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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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알리(22)/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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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한 유명 여성 유튜버가 가족을 떠나 타국에 산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살해된 일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사드 만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라크 출신의 티바 알-알리(22)가 지난달 31일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아버지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알리는 2017년 가족과 함께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다가 이라크로 돌아가지 않고 튀르키예에 홀로 정착했다. 이후 알리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구독자 1만명 이상을 확보한 유튜버가 됐고, 시리아 출신 연인과의 결혼도 앞두고 있었다. 유튜브 영상에는 이 연인도 자주 등장했다.

그러던 중 알리는 지난달 열린 ‘아라비안 걸프 컵(Arabian Gulf Cup)’에 출전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라크를 다시 찾았다.

알리의 귀국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그를 납치해 디와니야에 위치한 본가로 데려갔고,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그의 아버지가 알리가 잠든 틈을 타 그를 살해했다.

알리의 아버지는 이후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수치스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딸을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라크 사회는 이 같은 명예살인을 규탄하고 나섰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악습으로, 주로 이슬람권에서 행해진다.

이라크 정치인 알라 탈라바니는 트위터에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법적 제재 및 정부 대책이 부재한 탓에 후진적 관습의 인질이 됐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이라크 형법은 소위 ‘명예 범죄’에 관대하다”며 명예살인을 “끔찍한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이라크 여성 인권 운동가 하나 에드와르는 “알리가 이라크를 떠난 건 남자 형제에게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AFP 통신에 전하기도 했다. 이라크인권관측소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한다. 알리가 이 내용을 밝힌 음성 녹취가 있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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