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립보건원 연구원 등 과학자들
감염병 대응체계 개선 필요성 강조
치료제 개발, 기초연구에 지속 투자
자료 수집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필요
코로나바이러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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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국을 마지막으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팬데믹)이 바꿔 버린 일상생활의 모습이 하나씩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과학자들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백신 개발 역량을 다시 점검해 부족한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종 바이러스가 퍼질 때 신속하게 방역 대응 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교한 감염병 예측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유행 사태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백신의 중요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개발과 이에 대한 각국의 긴급사용승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통상 백신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백신 개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국가로 꼽힌다. NIH는 코로나19 사태 극초기였던 2020년 1월 13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같은 해 5월 임상시험 1상에 성공한 데 이어 7월에는 3상까지 마쳤다. 11월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의 제약사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을 통해 mRNA 백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아 2020년 말부터 전 세계 공급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하고 불과 11개월 만이었다.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020년 12월 영국 제약사 아스트로제네카(AZ) 백신으로 이뤄졌지만 mRNA 방식의 백신은 아니었다.
NIH의 전문가들은 이처럼 단기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를 홀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러스학, 분자생물학, 유전체학, 면역학 등 각 분야의 고른 성장이 없었다면 백신 공급 또한 늦어졌을 거란 이야기다. 예를 들어 mRNA 백신이 개발된 직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에선 기존에 개발된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가 활용됐다.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절약됐다는 설명이다.
NIH의 전문가들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미리 예의 주시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감염병 사태와 관련해서 예측 모델링 연구의 중요성도 제기된다. 시몽 코슈메즈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은 2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칼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었듯이 수학적 예측 모델은 감염병 국면의 중요한 변곡점을 예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학 모델은 단기 및 중장기 확진자 증감세를 예측하고 백신 접종과 같은 정책적 변수로 인한 변화까지 예상했다. 그는 “이러한 예측 모델은 팬데믹 상황에서 정책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며 “더 정확한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선 사망자 수와 같은 지표를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는 국제적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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