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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한밤중 댐 터졌단 말에 대피 소동…가짜뉴스·약탈 등 치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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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안타키아·아다나

곳곳서 물건 훔치려다 적발

독일·오스트리아 구호대

불안감에 구조 일시 중단도

깜깜한 한밤중인 11일 오전 1시(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의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숙영지 앞 도로에 갑자기 일군의 차량이 달려나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댐이 터졌으니 빨리 대피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이는 거짓 정보였지만, 한동안 대피가 이어졌다. 결국 튀르키예 당국의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확성기로 “지금 무슨 말이 떠돌고 있는데, 거짓 정보이니 믿지 말라”는 방송을 하고서야 진정됐다.

강진 일주일째를 바라보는 튀르키예 재난 지역에서 가짜뉴스 성행과 약탈 등 치안이 악화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 밤 역시 안타키아 숙영지 근처에서는 일부 주민이 주인이 버리고 떠나버린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적발돼 군중들이 몰려들며 소동이 일어났다. 시위라도 일어난 것처럼 군중이 시끌벅적하자 튀르키예 당국이 결국 공포탄 3발을 쐈는데도 한동안 진정되지 않고 소란이 이어졌다. 앞서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150㎞가량 떨어진 아다나에서도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물건을 훔치려던 이들이 주민들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겨 해가 진 이후 온통 깜깜해진 안타키아 곳곳에서는 무장한 군인들이 무리지어 순찰을 다녔다.

이 같은 치안 불안은 구조 작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재난 지역 주민과 구조대원들은 지진 발생 이후 약탈자들을 많이 목격했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하타이주에 살고 있는 아일린 카바사칼은 AFP통신에 “우리는 약탈자들로부터 집과 자동차를 지키고 있다”며 “우리는 악몽을 겪고 있다. 당국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키아에서 구조 작업을 펼쳤던 구조대원 기젬은 이곳을 ‘죽음’과 ‘파괴’의 장소로 묘사하며 “대부분 약탈자들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48명이 약탈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훔친 현금, 카드, 보석류, 휴대전화, 총기 등을 압수했다. 구금된 이들 중 2명은 구호활동가로 위장해 하타이주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이송된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호대는 치안 불안을 이유로 구조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독일 구조대 측은 “집단 간 충돌과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식량과 물 공급도 부족해져 치안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튀르키예 당국이 상황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즉시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구호대도 비슷한 이유로 작업을 중단했다가 당국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은 뒤 구호를 재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정부가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탈에 나선 주민들 또한 이번 지진의 이재민인 만큼 일부는 “상황이 절박해 약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는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 물을 약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안타키아 |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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