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소독제가 남아있는 수돗물에 요오드 첨가 소금을 넣어 파스타를 조리할 경우 유해물질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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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요오드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요오드 첨가 소금을 먹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소금을 사용해 파스타를 요리한다면 뜻밖의 유해물질을 섭취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수돗물에 잔류하는 염소 소독제 성분과 소금의 요오드 성분, 그리고 파스타 면에서 나온 탄수화물이 서로 반응해 요오드계 소독 부산물이라는 유해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과 중국·독일 연구팀은 21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로 파스타를 삶는 동안 요오드화 소독 부산물(IDBP)이 생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스타의 일종인 엘보우 마카로니를 조리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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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된 측정 방법으로 정밀 분석
요오드 첨가 소금과 소독제가 잔류한 수돗물로 파스타를 조리했을 때 소독 부산물이 생성된다. 그림은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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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도 요오드 성분이 있고 수돗물에도 IDBP가 미량 존재하지만, 요오드 첨가 소금을 넣어 파스타를 삶게 되면 IDBP가 훨씬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파스타에는 면에서 나온 탄수화물 등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어 미량의 IDBP를 분석하는 작업이 까다롭지만, 연구팀은 기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와 이온 크로마토그래피 분석 기법을 개선해 정밀 측정했다.
연구팀은 듀럼 밀(durum wheat)을 재료로 만든 엘보우 마카로니(elbow macaroni, 일반적인 튜브 형태의 마카로니) 72g과 요오드 첨가 소금 4g을 600mL의 수돗물에 넣고 7분 30초 동안 삶는 것을 기준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요리 후 파스타를 분석한 결과, 요오드-트라이할로메테인(Iodo-Trihalomethane) 6종과 요오도아세토니트릴(Iodoacetonitrile) 등 모두 7종의 IDBP가 검출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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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독성 수돗물의 126배
요오드 첨가 소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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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삶은 물과 파스타를 함께 분석했을 때 g당 11.1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의 IDBP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트리요오도메탄(TriIodomethane, TIM)이 6.7ng/g, 클로로디요오도메탄(ChlorodiIodomethame,CDIM)이 1.3ng/g을 차지했다.
이같은 IDBP 농도는 미국이나 캐나다 수돗물에서 검출된 최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농도는 일반적인 수돗물과 비교할 때 세포독성은 126배, 유전 독성은 18배에 해당했다.
하지만, 유해물질의 대부분 면 삶은 물에 남기 때문에 일부만 파스타 면에 흡착돼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코셔 소금이나 히말라야 소금을 사용해서 면을 삶았을 때는 IDBP가 생기지 않았다.
코셔 소금(kosher salt)은 유대인들이 육류를 조리할 때 또는 육류 특유의 향미를 즐기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요오드가 들어있지 않으며 알갱이가 크고 거칠다.
파스타 요리 때 IDBP가 높게 생성되는 것은 무엇보다 요오드 첨가 소금에 요오드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요오드 첨가 소금 4g을 수돗물 600mL에 녹이면 소금 제품에 따라 요오드 성분이 L당 300~11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에 이르는데, 수돗물에서는 많아야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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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고 삶으면 유해물질 날아가
해초 소금. 해조류가 들어간 해조 소금도 일반 소금처럼 요리에 사용한다면 요오드 소독 부산물에 노출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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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면을 삶는 동안 IDBP가 휘발되기 때문에 면을 오래 삶거나 뚜껑 없이 파스타를 삶는다면 유해물질 농도를 줄일 수 있다"며 "면을 삶을 때는 일반 소금을 사용하고, 필요하면 요오드 소금을 조리 후에 첨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먹는 물 수질 기준에는 총 트라이할로메테인(THM)이나 할로아세트산(HAA) 등의 소독제 부산물에 대해 수질 기준이 마련돼 있으나, IDBP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IDBP는 THM 및 HAA에 비해 검출되는 농도가 낮은 편이지만, 독성이 훨씬 더 강하다. 수돗물 소독 부산물의 세포독성이나 유전독성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21년 11월 중국 퉁지대 연구팀은 '화학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독제가 잔류한 수돗물과 해초 소금(seaweed salts)으로 음식을 조리할 경우 높은 농도의 IDBP가 생성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반 소금 대신 해초 소금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시민 건강을 위해 관련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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