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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타 덕분에 170조 아꼈는데…'공항 특별법 정치' 논란 큰 이유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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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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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과 철도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도입된 건 지난 1999년이다.

이전까지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사업을 추진한 탓에 객관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1994~1998년 사이 실시된 타당성조사 33건 가운데 탈락한 사업은 단 1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타당성 조사가 부실한 데다 정치권 로비에도 취약하다 보니 계획보다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급증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예타 제도가 탄생한 배경이다.

국가재정법에 명기된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이 넘는 신규사업이 대상이다. 사회기반시설(SOC)사업은 물론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거의 모든 사업이 포함된다.

예타에선 투자비와 편익을 비교하는 '경제성 분석', 계량화가 어려운 사회적 가치를 파악하는 '정책적 분석', 고용 유발 효과 등 '지역균형발전 분석'을 진행한다. 이 중 경제성(B/C)분석은 통상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제도의 효과는 상당하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가 최근 대한교통학회에서 발표한 '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하에서의 특별법 적용 문제점'에 따르면 1999~2021년 사이 실시한 767개 사업의 예타 가운데 207개 사업이 타당성이 낮아 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한 사업비 절감액만 17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예타 제도가 불요불급한 대형사업 추진을 막고 재정 효율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경제성을 우선하는 탓에 인구가 적은 지역은 예타에 막혀 필요한 사업을 못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타에 쓰는 각종 지표의 적정성과 다양성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예타의 효용을 부인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예타를 아예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 주도로 특정사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예타 면제 규정을 넣는 방식이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특별법 정치'다.

지난 2021년 2월에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앞서 총리실이 꾸린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부적격으로 판단하자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가덕도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관문공항을 짓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가덕도는 2016년 실시된 영남권신공항 입지평가에서 김해공항과 밀양에 이어 3위에 그친 지역이다. 그러나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다 이듬해 대통령선거까지 겹치면서 여야 모두 부산·경남 표심을 잡기 위해 특별법을 밀어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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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가운데) 등이 지난해 8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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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탓에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입지선정 절차는 물론 예타까지 모두 건너뛰었다. 정치권이 대형 SOC 사업의 입지와 규모, 게다가 예타 면제까지 특별법으로 정해버린 첫 사례였다.

가덕도신공항은 사전타당성조사(사타) 결과, 활주로(길이 3500m) 1개와 여객터미널 등을 짓는 데만 13조원 넘게 들거란 추정이다. 공항업계에선 공사를 시작하면 돈이 훨씬 더 소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당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제기된 더 큰 우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유사 사례가 계속 나올 거란 점이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엔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이다.

TK신공항은 현재 공군과 민간이 함께 쓰고 있는 대구공항을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으로 옮겨 2030년 개항할 계획이다. 주호영 의원(국민의힘) 등 여야 의원 66명은 지난해 8월 TK신공항의 군공항은 물론 민간공항 사업비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토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민간공항이 논란이다. 대구시는 민간공항 부분에서 활주로(길이 2750m) 2개 중 하나를 대형 여객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3800m로 늘리고, 활주로 하나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구시가 추정하는 민간공항 추가사업비는 최대 3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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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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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2060년엔 이용객이 2887만명에 달할 거라고 예상한다. 가덕도신공항의 예상수요는 이보다 적은 2231만명(2060년 기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덕도에 이어 TK신공항까지 대규모로 짓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대한교통학회가 얼마 전 박사 학위자와 기술사 자격증 소지 회원 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2%가 “TK신공항 중 민간공항의 규모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0%는 정치권이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토록 하는 것에 반대했다.

홍석진 미국 노스텍사스대 교수는 “공항을 크게 지어도 운항하는 항공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수요와 수익 등을 따져보면 인천공항과 가덕도공항, TK신공항 모두에서 장거리 운항에 나설 국내외 항공사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공항이나 철도는 한번 지어놓고 나면 텅텅 비어도 돌이키기 어렵다. 지자체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거나 정치적 표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전문가의 검증과 평가, 그리고 객관적인 정책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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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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