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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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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무역 장벽 낮춘 ‘북아일랜드 새 합의안’ 타결···남은 장벽은 강경파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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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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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유럽연합)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양측간 지속적인 갈등의 불씨가 됐던 북아일랜드의 지위와 관련해 새 합의안을 마련했다. 브렉시트 이후 악화 일로를 걸어온 양측 관계의 물꼬를 틀 합의로 평가되지만, 기존 협약을 비판해온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 보수당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지위에 대한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우리(영국과 EU)는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북아일랜드 협약을 수정하기로 합의했고, 이로써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역사적인 이번 합의로 (EU와 영국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은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무역 장벽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북아일랜드에 대한 EU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앞으로 북아일랜드 항구에 도착하는 영국 물품 중 북아일랜드에서만 유통되는 것들은 녹색 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까지 들어가는 물품은 빨간 줄로 나누어 처리하되 녹색 줄에서는 검역과 통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또 북아일랜드에서의 부가가치세(VAT)와 주류세, 보조금 규칙에 대해서도 재량권을 갖게 된다.

수낵 총리가 이번 합의안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스토몬트 브레이크’다. 스토몬트 브레이크는 EU가 단일시장 관련 새 규칙을 북아일랜드에 적용하려 할 때 북아일랜드 의회(스토몬트)가 긴급 제동을 걸고 영국 정부가 해당 EU 규칙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지위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면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사이에 물품이 넘나들 때 검역과 통관 절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럴 경우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이 사실상 부활하게 돼 30여년간에 걸친 북아일랜드의 신·구교도 간 유혈 충돌을 봉합한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고 EU 규정을 따르도록 한다는 북아일랜드 협약을 2019년 체결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 DUP와 보수당 강경파는 협약이 북아일랜드를 영국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영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지난해 6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협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법안을 발의해 정점으로 치달았던 영국과 EU의 갈등은 이날 합의안 도출로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영국 해협을 건너오는 이민자 단속과 관련해 프랑스 등 EU 국가들과의 협력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 평화를 중시해온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낵 총리에게 남은 과제는 DUP와 보수당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다음주에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DUP는 북아일랜드 협약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신페인당과의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아일랜드는 1년 넘게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상태다. 제프리 도날드슨 DUP 대표는 “분명히 여러 영역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고려해 봐야 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DUP 소속 의원 이안 페이슬리는 BBC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베이커 등 보수당 강경파 일부는 합의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이 북아일랜드에 대한 EU의 사법적 권한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EU 집행위 문서를 돌려보고 있다면서 수낵 총리가 제1 야당인 노동당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표결에서 승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당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디언은 “EU와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것은 전투의 절반일 뿐”이라면서 보수당 강경파와 DUP의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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