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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초저출산 막아라...서울시, 미혼女 난자 냉동 시술비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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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난임 지원 확대’ 계획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폐지
미혼여성 난자 냉동 시술비도 지원
고령 산모 병원 검사비 100만원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전액 지원


#A씨 부부는 2년 전 고민 끝에 시험관 시술을 결심했다. 그러나 번번이 임신에 실패하고 시험관 시술 과정이 길어지는 이른바 ‘고(高)차수’가 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건강보험을 적용받고도 시술 때마다 최대 200만원 가까운 큰돈도 부담스러웠다.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해주는 난임시술비 지원사업이 있지만 ‘중위소득 180% 이하’ 조건에 걸려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A씨 부부는 언젠가는 임신이 될 거라는 희망 하나로 시험관 시술을 계속 시도 하고는 있지만,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언제까지 쏟아부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 30대 중반에 들어선 B씨는 지금 당장은 결혼계획이 없지만 언젠가는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싶기 때문에 난자 동결을 결심했다. 그러나 회당 약 250만~500만원 정도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는 시술비용이 걸림돌이었다. B씨는 “저출생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일찍부터 가임력 보존을 시도하는 미혼 여성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초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난임 지원 확대’ 계획을 8일 발표했다.

2022년 기준으로 한 해 출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 치료를 통해 태어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난임 인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으며 그 중에서도 서울은 0.59명으로 가장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소중한 탄생의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난임부부가 있다.

공식적으로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21년 서울에만 5만2000여명, 전국적으로는 25만명에 달한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시장으로서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저출생 해결에 가능한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며 “한두 개라도 실수요 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심각한 서울의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난임 지원 확대’ 계획의 주요 내용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및 시술간 칸막이 폐지, △난자 동결 시술비용 지원, △고령(35세 이상) 산모 검사비 지원,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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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난임부부 지원 확대. [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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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난임부부 지원 확대. [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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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및 시술 간 칸막이 폐지
우선 서울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의 소득기준(중위 180% 이하)을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에게 시술비(본인부담금)를 회당 최대 110만 원까지 지원한다.

기존 시술별 횟수 제한(신선 10회, 동결 7회, 인공수정 5회)도 없앤다.

전국 최초, 난자 냉동 시술비 지원
난자 냉동 시술을 원하는 30~40세 여성(미혼 포함)에게 최대 200만원(첫 시술 비용의 50%)까지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전국 최초로 시작한다.

단, 20대 여성이라도 난소종양 관련 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등으로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조기폐경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AMH 검사 결과 1.0 미만)에는 지원받을 수 있다.

난자 냉동 시술비 지원은 최근 결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임신·출산을 희망하는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만혼이 증가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난자동결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의 경우 2016년 243건에서 2021년 1194건으로 증가했을 정도다.

난자동결 시술은 회당 약 250만~500만원이 들어 부담이 컸다.

35세 이상 산모 검사비 지원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시술을 통한 쌍둥이(다태아) 임신·출산이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고령 산모(35세 이상)와 아이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지원도 새롭게 시작한다.

임신중독증 같은 합병증과 기형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령 산모에게 기형아 검사비로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 고령 산모는 연간 약 1만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결혼·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35세 이상 출산은 30년 새 13배 급증했으며, 산모나이 35세 이상 고령 출산이 전체 35%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산모는 난자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일반 출산보다 9배가 높아 니프티 검사 등 기형아 검사가 필수다.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지원
또한, 난임 시술로 증가하고 있는 쌍둥이(다태아)의 자녀안심보험 무료 가입을 지원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고 의료비 부담도 덜어준다.

작년 한 해 서울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2210명, 세쌍둥이는 85명으로 추산된다.

난임시술을 통한 임신이 늘면서 쌍둥이(다태아) 임신도 증가하고 있는데, 다태아는 조기분만과 저체중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으로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위한 난임 부부, 고령산모, 다태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4년간 약 2123억 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협의하고 조례 개정 등 사전 준비 절차를 거쳐 본격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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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시술 성공 부부 등 난임 당사자, 난임 치료 전문가 등과 대화를 나누는 오세훈 시장. [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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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오세훈 시장은 난임 시술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부부와 난임 시술을 시도 중인 난임 당사자, 난자 냉동 시술을 한 미혼여성, 난임 치료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 안 낳으려고 하는 사람을 낳게 하는 것보다 낳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든지 아기를 낳을 준비가 돼있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을 위한 지원이 조금 더 열리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오세훈 시장은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신 참석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비슷한 고민과 고통을 안고 계신 분들이 간절한 마음을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난임 지원 확대 계획을 시작으로 실효성 있고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정책을 집중적으로 발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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