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유럽의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내부통제 실패로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은행권 내부통제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경우 이사회가 경영진의 정책 리스크 등을 잘 걸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이사회가 단순 ‘거수기’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을 건전하게 운영하고 대표이사 ‘셀프연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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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가 이사회 이끌거나 ‘우군’ 확보하는 인터넷은행
17일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배구조 및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서호성 은행장과 홍민택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2021년 대표직에 취임한 서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케이뱅크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으며 홍민택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겸해 지난 2월 재선임됐다.
각 이사회는 대표가 이사회 의장 겸직하는 이유에 대해 ‘효율성’을 꼽았다. 토스뱅크는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책임경영을 도모하고 효율적 이사회 운영을 위한 전원 동의로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역시 “금융 및 경영전문가인 서호성 은행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고 기재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윤호영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진 않았지만, ‘완벽한 우군’을 확보한 상태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 이후 이사회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소속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임추위에 합류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우군으로서 윤 대표 4연임에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출처 : 각사 지배구조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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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사외이사 선임 의무 없지만…“인뱅 이사회도 독립성 필요”
비상장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의무는 없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상황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비상장회사인 토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진웅섭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장 회사라고 하더라도 상장회사를 모델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유인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3대 인터넷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44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아직 상장하지 않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17조원에 달하는데, 이같이 큰 규모의 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경영진과 이사회를 분리시켜 이사회가 은행 경영의 내부통제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년간 3대 인터넷은행에서는 총 161건의 의결 안건이 있었다. 이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가 제13차 이사회에서 논의한 ‘기부금’ 관련 안건이 이사회의 반대를 받은 유일한 건이다. 이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서 이사회가 43차례 열렸지만 내부통제 운영 실태, IT 내부통제 운영 현황 등 정작 중요한 안건은 전부 ‘의견없음’, 또는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내부통제 개혁에 고삐를 쥐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에도 이사회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내 금융그룹의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이사회는 경영전략과 리스크 정책을 승인하고 경영진이 이를 잘 집행하는지 감시하며 건강한 조직문화와 강력한 통제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안정적·독립적 운영을 촉구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효율성을 위해 주로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만 국내 인터넷은행의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자 자금과 금융 소비자들의 자금이 걸려있다”며 “장기적으로 독립적 이사회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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